brunch

매거진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야 Nov 23. 2019

내 마음의 진밭

나른한 오후에 홀로 진밭을 지키는 박공주교무님 곁을 지켰다. 진밭 평화교당 좁은 공간의 바닥이 따뜻해서 등을 대고 드러누웠다. 한숨 자고 싶은 마음에 누웠더니 눈이 말똥 말똥 떠지고, 정신은 오히려 맑아지는 듯 했다. 두 가지 질문이 있어 답을 찾아보자고 마음먹고 누웠는데, 몸이 일어나지더라. 

일본어 교재를 꺼내들고 1과부터 배운 곳까지 차근차근 본문을 읽었다. 다행히 히라가나는 익혔으니 떠듬떠듬 읽기는 읽었다. 10과까지나 읽었더니 목소리가 작아지고, 나도 모르게 엎드려 누워서 잠에 빠져들었다.  

진밭에서 천일이라니, 천일동안 기도를 한 원불교교무님들과 평화의 종교인들이 있었고, 

나는 기도를 한 적 없었던 듯 한데, 진밭은 내게 마음을 다스리라 일렀고, 나는 진밭을 지키는 교무님을 바라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키웠다. 

진밭의 천일동안 나는 수많은 스승을 만났다.

인생의 깊은 경륜으로 나를 돌봐준 소성리할매들, 불꽃 같은 여자 소성리부녀회장님을 만나서 가슴 뜨겁게 소성리에서 보낼 수 있었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듯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과 불화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지혜를 모은 우리 위원장님은 내게 큰 버팀목이다. 큰 나무 그늘아래서 나는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세계적인 가수가 있고, 명상의 시간으로 끌어주는 요가선생님이 있는 곳, 미국의 패권전략과 군사무기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실전을 갖춘 선생님이 계신다. 무엇보다 소성리 난로가는 인생을 잘 사는 법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다.

이보다 더 좋은 교실이 있을까?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연대하라는 가르침을 스스로 실천하면서 세계의 평화를 여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진밭에서 천일기도를 앞두고도 꿈속에서 천일이 지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다. 소성리와 평화지킴이들이다. 

행복한 꿈에 취해 잠꼬대를 한다.

우리 지금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행복하게 사드뽑고 평화심자.      

사진은 영재씨,      

아사히비정규직지회 투쟁이 승리를 하길 바란다.           

「열매의 글쓰기 2019년 11월23일」     



매거진의 이전글 사드 오기전엔 싱싱한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