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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Jan 03. 2021

눈내린 진밭에서

2020년을 잘 보냈다. 

세계가 코로나팬데믹으로 신음하는 와중에 내게도 아픈 딸이 있었고, 싸워야 할 현장 소성리가 있었고, 해야 할 작업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과 <<회사가 사라졌다>> 책을 집필하였다. 세상은 내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내 삶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뒷덜미를 잡기도 했고, 나는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많은 것들과 때론 싸웠고, 때론 타협하면서 힘겨운 해였지만, 가슴벅차고 뜨겁게 한 해를 살아내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대견하게 바라보면서 2020년을 잘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12월 마지막날 밤, 눈내린 진밭은 밝고 투명했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 흔들리는 깃발은 여전했고, 몽골텐트로 만들어진 원불교 진밭평화교당에서 기도를 하였다. 세분의 교무님들은 코로나로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머나먼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라이브방송을 하였고, 정성스럽게 평화기원문을 읽었다. 

달마산을 향한 심고식의 장면은 남겨두고 싶어서 나는 기도 하던 주에도 영상을 찍어두었다. 

내 영혼이 이곳에서 평온을 되찾아줄 거 같은 청아한 목탁소리가 좋아서 남기고 싶었다. 

해를 넘기면 1393일동안 기도를 올렸던 진밭의 아름다운 풍경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핸드폰의 화면을 쳐다보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내 존경의 마음은 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밤을 지새우면 새해를 맞이하는 나는 조금은 단단한 다짐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진밭을 내려오면서 해보았다. 

소성리 평화절박단을 만들어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면서 만인보를 이끌고 돌아오고야 말겠다는 황당무계할 거 같은 다짐도, 소성리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어느것 하나 허투로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서 진밭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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