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수생을 찌른 가시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주변에 수능 사수를 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도 그런 탓인지, 나의 친구들, 절친한 친구의 어머니, 양가 조부모님 모두 나의 성적과 결과에 관심이 많다.
늘 응원해 준 만큼 떳떳한 결과를 가져오려고 노력했지만 어김없이 그게 안된 올해. 거센 물방울을 튀기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 속에 섞인 나의 절망과 눈물은, 그들 앞에선 밝은 햇살인 척하느라 바빴다.
속은 문드러지면서도, 애써 내색하고 싶지 않고 기대고 싶지 않아서, ㅡ 제가 공부를 잘 못하는데 그냥 도전했어요 ㅡ라는 말로 나를 감췄다.
그런 나에게 가시같이 쿡 찔린 말이 하나 있다.
거실 구석에 놓인 우리 집 공용 PC. 그 앞에 앉은 성적을 확인할 나. 고민하다 차마 내가 성적을 확인할 자신이 없어 엄마를 내세웠다. 나보다 먼저 성적을 확인한 엄마는 이 성적으로 어딜 가냐… 깊은 한탄 후에 하던 설거지를 마저 하러 갔다. 그렇게 나는 그 앞에 홀로 남겨졌다. 고개를 떨궜다. 지겨운 이놈의 눈물이 한두 방울씩 토옥, 떨어졌다.
뜯기지도 않는 손톱만 틱틱대며 이제 어쩌지? 나만 왜 이러지? 내가 뭐가 부족하지? 나를 갉아먹는 생각들만 머리를 떠다닐 때, 주방에 있던 엄마아빠의 대화 중 엄마의 말.
“에휴… 그냥 다녔으면 내년에 벌써 졸업반인 거잖아.”
그 말이 뭐 그리도 가시같이 느껴졌을까. 엄마는 나 들으라고 했던 말이 아닌데 어쩌다 내 귀에도 들리게 된 거라, 나 몰래 하고 싶었던 엄마의 진심을 들은 것 같아서 거지 같은 이놈의 눈물만 더 왈칵 쏟아졌다.
안다. 우리 집 형편이 좋진 않고, 내가 취업 빨리 하길 바라는 거. 나한테 간호학과를 계속 들이밀었던 것도, 내가 너무 간절히 원해서도 있지만 가슴 한 켠엔 안정적인 직업이라서였다는 거.
오늘만 울라는 엄마의 말에 눈물은 멈춰뒀지만, 일주일 동안 암울한 흑백 세상에 갇혀 지냈다. 내가 스스로를 거기에 가뒀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웃어.
겨우 밝았던 나로 서서히 회복하며 이제야 좀 웃고 있는데, 그 가시 같던 말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뜯으면 안 되는 피딱지에 또 같은 가시를 쿡 찔렀다.
생각보다 나의 대학에 관심이 많으셨던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 가져가랄 게 있다며 아빠 보고 일 끝나고 집을 잠깐 들르라던 친할머니는, 기어코 그 찰나의 순간에 아빠에게 나의 결과를 물어보셨나 보다.
잘 안 돼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아빠가 나의 안부를 대신 전하니 친할머니께서도 하시는 말이, 그냥 다녔으면 내년에 벌써 졸업이겠네?
아프다.
그런 말엔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그렇지 뭐…’ 그냥 웃어 보였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박힌 가시는 기어코 또 상처를 냈다.
그냥 다녔으면 내년에 졸업인 거 저도 잘 알아요. 저도 빨리 졸업해서 그냥 돈 벌고 싶었겠죠. 그렇지만 내가 도전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왜 자꾸 나보고 ‘그냥’ 살래.
말이나 해보자면, 4년제 다니는 학생도 1년 휴학하면 내년에 졸업 아니에요. 그리고 누가 4년만 대학 다니고 졸업하고 땡 한대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찔린 부위가 너무 아파서 입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난,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다. 오죽 덩달아 속상하면 그런 말을 하신 걸까, 라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내게는 아픈 말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냥 좀… 안아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시련의 양동이가 부서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