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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도연 Feb 27. 2024

Goya's "Red Boy"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Francisco Goya, Manuel Osorio, 1792, Metropolitan Musuem


이 귀여운 아이는 누구?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뛰어다닐 3-4살 정도의 남자 어린이가 이렇게 점잖게 포즈를 취하고 있네요. 아이의 뽀얀 피부는 밖에 뛰어다니며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는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모습이에요. 의상 또한 평범하지 않지요. 18세기 상류층 아이들의 전형적인 옷차림새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돈 마누엘 오소리오 데 수니가(Don Manuel Osorio de Zuñiga, 1784-1792). 고야가 그린 대표적인 어린이 초상화 작품인데요, 1786년 고야가 궁정화가로 임명이 된 후 아이의 아버지인 알타미라(Altamira) 백작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가족초상화를 그렸는데 그중 한 점이에요.











그림을 자세히 볼까요?

 

벽에 비치는 빛의 표현으로 소년의 얼굴이 더욱 화사하게 빛나고 있어요. 올리브 배경 색과 대비되어 소년의 붉은 옷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져요. 부드러운 실크소재의 붉은 옷은 목을 감싸는 고리야 칼라(golilla, 17세기 스페인에서 착용한 목둘레 장식), 허리를 두른 띠, 그리고 리본이 달린 앙증맞은 신발과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소년의 작은 손에는 은색 실을 쥐고 있는데 그 끝에는 당시 애완동물이었던 까치의 발목에 묶여 있네요.

호화로운 옷차림새의 부잣집 막내아들이 애완새를 들고 있는 모습. 그런데 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동물들이 있어요. 오른쪽 새장을 먼저 볼까요? 서양회화에서 새는 보통 '인간의 영혼'을 상징해요. 새장 안의 새들은 소년 옆에 있는 고양이로부터 안전한 듯 보이네요. 어쩌면 상류층이었던 알타미라 가족은 새장 속 새들처럼 안전하고 또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다만 그 특권을 누리는 데 따른 제약은 불가피한 것이었겠죠. 어쩌면 소년의 하얀 얼굴은 자유롭지 못하고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특권계층의 단면일 수도. 그리고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거의 좋은 이미지가 아니에요. 개는 충직함의 표현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지만, 고양이는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는 위협적인 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어요. 특히나 소년의 오른쪽 아래 어둠에 묻혀 있는 고양이 세 마리. 세 마리 모두 눈을 부릅뜨고 앞에 있는 까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어요. 소년이 살짝만 방심하면 금방이라도 덤빌 태세입니다. 가느다란 실 하나에 주인에게 목숨을 맡긴 채 위험 앞에 놓여 있는 까치의 모습이 어쩐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일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화가의 사인은 여기!

소년의 애완동물 까치.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치가 부리에 물고 있는 흰색 카드에 그림과 글이 써져 있어요. 이 카드에 고야는 자신의 서명과 함께 붓과 팔레트를 그려 넣었어요.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는 스페인 궁정화가로 지내며 격변하는 스페인의 역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에 남겨요. 고야는 궁정화가로서 왕가나 귀족의 초상화를 많이 남겼어요. 당시 스페인의 무너져가는 궁정의 실상을 직접 경험했던 그는 작품에 그들의 어리석음을 은연중에 고발하고, 고통받았던 민중들의 사실적 모습을 그림에 담았어요. 시대를 고민했던 예술가로서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간 그의 그림은 후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요.


안타까운 어린 영혼


소년 마누엘. 이 그림이 그려지고 몇 년 후, 8살에 소년을 세상을 떠납니다. 화려했던 그의 옷과 대비되게 아이의 눈빛에서 어딘지 모를 슬픈 눈빛이 느껴졌던 이유가 있었나 봐요. 실 한가닥에 의지한 채 고양이들의 위험에서 버티고 있었던 까치의 모습이 다름 아닌 마누엘 자신의 모습일 거란 생각이 드네요. 인간에게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고,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이 초상화를 마지막으로 세상과 이별한 어린 소년이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네요.


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메트뮤지엄에서 2014년 여름, <Goya and the Altamira Family>라는 전시회를 했어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알타미라 가문의 초상화를 모아서 마누엘 초상화와 함께 전시를 했다고 합니다. 개인소장과 스페인 미술관에 의뢰하여 가족의 초상화를 한데 모은 것은 처음이라 하네요. 그림 속에서나마 반갑게 서로 인사했기를!


https://www.metmuseum.org/exhibitions/listings/2014/goya


* Juan María Osorio, Augustín Esteve

* Condesa de Altamira and Her Daughter, María Agustina, Goya

* Vicente Osorio de Moscoso, Conde de Trastamara, Goya



2024년 메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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