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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도연 Feb 28. 2023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그림으로 성경읽기 7 


성경: 루카4,1-13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유혹1. 빵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40일간의 단식 후에 찾아오는 악마의 유혹. 하루의 단식, 아니 한 끼의 단식 만으로도 머리 속에는 온통 먹을 것 생각 뿐인 우리인데 40일간의 단식이라니요. 광야에서 수 많은 돌들을 보면서 '저게 모두 빵이었다면'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요. 인성도 함께 가진 예수님께서 그 기본적인 본능을 어떻게 다스리셨을까요. 40일간 자신과 그리고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빵'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영'을 배불리 채웠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보통의 존재인 우리는 약해져있을 때, 그 육체적인 본능을 누르기가 어려운 상황일 때, 악의 유혹을 더 강하게 느껴요.


<그림1>The Temptation of Christ, Juan de Flandes, 1500, National Gallery of Art, DC

<그림2> The Temptation of Christ, Tintoretto, 1578-81, Scuola Grande di San Rocco

<그림3> The Temptation of Christ in the Wilderness, Sebastiano Ricci / 17c

The Temptation of Christ


유혹2. 권세와 명예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세상에 갖고 싶은게 정말 많잖아요. 그걸 다 주겠다는 악마의 유혹. 조건은 하느님 대신 자신에게 경배하라는 것. 체면상 대놓고는 돈과 명예를 숭배하지는 않지만 하느님이 아닌 물욕과 명예에 우선순위를 주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두치오의 그림에서 광야 위의 예수님께 검은 악마가 나타나 레고블럭처럼 생긴 성들을 하나씩 가르키면서 "이건 어때?" "아니면 이거는? 맘껏 골라봐" 하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이 정도의 유혹이라면 이 악마의 유혹에 홀딱 넘어가 우선순위가 뒤집히고도 남을것만 같아요. 그래도 다행힌 것은 예수님 곁에서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마르1,13)"라고 하네요. 유혹에 흔들릴 땐 주변 천사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데, 사실 주변에 천사를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림4> The Temptation of Christ on the Mountain, Duccio, 1308-11, Frick Collectionn, NY


유혹3: 하느님을 시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누군가를 속이려면 머리를 굴려서 속아넘어가게끔 만드는 노력을 해야하죠.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뻗쳐오는 유혹들 중에서 양의 탈을 쓰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도 가끔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에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잖아요. 

성경에서 악마는 참 똑똑해요. 예수님을 유혹하기 위해서 성경내용을 인용해요.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이렇게 기록되어 있으니 아래로 몸을 던져보라는 유혹. 

기도할 때 우리는 조건을 내걸기도 해요. '저를 사랑한다하셨으니, 보호해주신다는 약속을 하셨으니 이번 일은 이렇게 해주세요'와 같은 식의 거래말이에요.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라고 악마에게 따끔히 말씀해주십니다. 


<그림5> Christ Tempted by the Devil, John Ritto Penniman, 1818, Smithsonian Art Museum, DC

<그림6> The Temptation of Christ, Ary Scheffer, 1854,  National Gallery of Victoria, Melbourne



위의 세 가지 유혹을 한꺼번에 그린 그림도 있어요. 시스틴 성당에 있는 보티첼리 그림이에요. 그림 상단에 왼쪽부터 각각 빵의 유혹, 권세의 유혹, 그리고 하느님을 시험하는 유혹 세가지가 묘사되어 있어요. 아래쪽으로는 대사제에게 흰 옷의 청년이 어린양의 피가 담긴 그릇을 받치는 순간이 묘사되어 있어요. 보티첼리는 그림을 통해 구약에서 최초의 대사제였던 모세와 신약의 예수님과의 연관성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모세가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켰듯이, 예수님 또한 인간의 죄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신 것을 기억하자는 거지요.


일상에서 하느님과 멀어지게 되는 악의 유혹이 밀려올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른쪽 상단의 천사들이 빵과 포도주를 들고 성찬례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 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악마의 유혹 앞에서도 우리는 미사에 참석하고 성체를 영하고, 일상 속 천사같은 협력자들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우리는 유혹 앞에서 그나마 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테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다가오는 유혹들 앞에서 성경의 말씀만을 인용하시고 계세요.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성경에 기록되어 있다''성경에 있다' 3번의 모든 유혹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세요. 어설픈 논리와 변명으로 함부로 악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시네요.


<그림7> The Temptation of Christ, Sandro Botticelli, 1480-82, Sistine Chapel,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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