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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Sep 01. 2020

개발학에서 개발현장으로!!

국제개발학? 국제적으로 뭘 개발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국제 개발학’이지만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무렵만 해도 생소한 학문이었다. 영국의 국제 개발학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유학을 생각하던 그 시절, 남들처럼 나도 수많은 고민을 하였고, 제3세계의 빈곤퇴치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공부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인권과 소득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나의 부족한 지식과 정보로는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가 있는지조차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영국 옥스퍼드 국제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분과 맨체스터 대학교 주 박사님 (現 산업연구원)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나의 간절함을 토로하였고, 국제개발학에 대한 귀한 조언과 함께 내 인생을 바꿀만한 답신이 나에게 에디슨의 전구처럼 신기하게 전해졌다. 생소한 국제개발학 (international development studies)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서 나의 입가엔 환희의 미소가 지어졌고, 마음은 이미 유레카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내 인생의 방향을 국제 개발학의 길로 선택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마치 설산에서 아무도 밟지 않는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영국에서의 국제개발학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시간     


국제 개발학이 주는 새로운 학문으로의 도전과 성취는 기대 이상이었다. 맨체스터 대학교 David Hulme 교수의 개발 정책과 빈곤에 대한 강의는 종속이론부터 냉전체제를 거쳐 신자유주의에 이르기 까지, 빈부의 역사와 힘의 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었고, 세계농업경제학회 회장인 David Colman 강의는 식량 경제뿐 아니라, 식량 무역까지 내 지식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강의실 안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보며,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에 나는 매번 신기해했고, 현장 경험이 풍부하신 교수들의 현장 케이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강의는 이미 나를 빈곤과 개발의 현장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대학의 경우 코스워크 이후 일정기간 현장방문 연구가 있는데, 나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브라질 아마존 강으로 향하였다. 4일 동안 아마존 강 일대에서 원주민들의 농업개발과 소득증대를 위한 효과성, 그리고 그들의 현실적인 도전을 보며 지역개발의 중심은 현지민의 자존감을 높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학교에서 얻어지는 지적 추구만이 나의 유학생활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영국의 개발 NGO인 Tearfund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G-8 대응 캠페인에도 동참해 보았고, 행사를 통해 Fair trade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으며, 여러 모금 행사에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런 경험은 단지 사업과 개발정책에만 목적을 둔 나의 단조로운 사고방식에 국제개발 NGO의 여러 기능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국제개발학에 첫 발을 딛는 청년을 위하여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성취의 시간이었던 영국 유학 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는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있는 분들을 돕고 싶었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른 분들이 똑같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동안 미지의 세계와 같았던 개발학에 관련해 수많은 분들의 유학과 진로를 상담해주고 있다. 나의 조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분들에게 귀한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시간을 내어서 성실히 답하려 노력하였고, 이 분야를 앞서 경험한 선배로서, 나의 조언을 토대로 많은 분들이 본인들이 원하는 학교 입학허가서를 받고 개발학도의 길에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심 보람도 느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이 분야에 다양한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비전을 품은 게 불과 20여 년 전 이야기 인 듯하다. 예전에는 이 분야에 학부를 졸업하고 UN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국제 개발학’이라는 “타이틀”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제 개발학의 세밀한 전공에 본인의 미래를 연결하려 하고 있다.      




개발학에서 개발현장으로!!  


나는 지금 더 라이트 핸즈라는 NGO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다. 영국에서 수업시간에 생생히 배웠던 국제 개발학의 다양한 분야들(농업, 경제개발을 비롯한 환경경영, 빈곤퇴치, 프로젝트 운영, 모니터와 평가)은 해외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나에게 좋은 기반이 되어주었다. 고달픈 NGO에서의 삶이지만, 이 삶을 통해 많은 후원자들이 세계 빈곤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현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이어진다면 그 보다 더 귀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슴 뜨거운 젊은 실무자의 고민    

 

    사실, 아직 국제 개발 NGO에 비하면 한국 NGO가 나가야 할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체계화되지 않는 의사결정 시스템, 전문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니터링과 사업 평가기법, 국제 개발 NGO가 인종, 종교, 정치, 이념, 성별에 무게를 두지 않고 빈곤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일부 단체들은 아직도 사업 전개의 효율성과 지속성을 이유로 현지 정부와 긴밀하게 일을 진행하기도 하고, 홍보를 위한 영상제작을 위해 현지 아동 혹은 가정을 찾아서 영상을 확보하고도 일정한 사례 지급을 안 하거나, 혹은 지혜롭지 않게 지원금을 집행함으로 인해 현지에서 단체의 신뢰성을 잃어버리거나 마을 주민들이 단체의 사업에 의존하는 현상도 종종 매스컴을 도배하곤 한다.


현지에서 개발사업을 하는 단체는 사업을 함에 있어 열정을 가져야 한다. 그 열정 안에 뜨거운 사랑이 있어야 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현지에서 한 명의 이방인에 불과하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에 빚 진 자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가득한 선물 꾸러미 규모와 그 동원 능력에만 만족을 하고, 정작 도움을 받는 아이들의 필요와 그에 맞는 효과적인 전달에는 무관심한, 마치 나쁜 산타클로스처럼 행동한다. 나는 국제개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세상을 보는 시각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상을 넓게 보고, 공의를 실천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접근해야 한다.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초심으로!!     


많은 젊은 인재들이 국제 개발학을 공부하며, 지구촌의 빈곤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 뛰어들고 싶어 한다. 무엇이 이들을 국제개발 분야로 이끈 것일까? 남들은 그저 약간의 관심만을 보이는 빈곤퇴치에 열정을 가지고 직접 뛰어들어 행동으로 표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학문적 지식, 필드 경험, 현지 언어,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현지인을 섬기는 따뜻한 가슴과 사업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냉철한 머리,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고, 하기 쉬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현지인들이 원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일괄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의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국제 개발학은 충분히 매력 있는 학문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사람들이 만들어낸 빈곤을 우리의 노력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그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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