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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Sep 15. 2022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우르겐치

두번째 우즈베키스탄 이야기

 Gipper 마켓, 전통시장, 노랑 택시와 친절한 주민들의 인상까지 필자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우르겐치는 늘 잔잔한 그리움을 주는 도시다.  코로나 기간은 차치하더라도 2016년 이래 10번은 족히 다녀온 곳, 우즈베키스탄의 두번째 이야기는 우르겐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즈베키스탄 북부에 위치한 '호리즘'은 대수학의 아버지 알호라즈미(Al-Xoraxmiy)가 태어난 지역(히바)이다. 그가 창시한 알고리즘은 인터넷을 검색할 때 활용되는 컴퓨터의 핵심기술로,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러 그 기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호리즘의 주도인 우르겐치는 예로부터 땅이 비옥하고 관개수로 기술에 능해 농업이 발달해왔으며 쌀맛이 좋다. 또, 목화꿀로도 유명하다. 많은 물이 필요한 목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소련 시절부터 우즈벡 영토에 계획적으로 관개수로를 정비해왔고, 그 시설이 현재까지도 유지되어 건조한 기후의 지역임에도 수자원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


 우르겐치는 19세기 중반 중앙아시아에 손을 뻗친 러시아(구소련)가 건설한 신도시로, 전통적인 우르겐치와의 명칭을 구분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의 우르겐치를 '우르겐치', 투르크메니스탄의 우르겐치는 구 우르겐치 또는 '코네-우르겐치'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기서 '코네'는 옛날(old)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크로드 시대부터 시작된 '우르겐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지금의 위치가 아닌 약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코네-우르겐치'다.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영토에 위치한 코네-우르겐치는 실크로드 상의 무역 중심지이자, 호리즘 지역의 중심지로 수천년 동안 번영을 누렸다. 그런데 16세기경 코네-우르겐치 내 흐르는 물의 수원인 아무다리야 강의 유로가 바뀌면서 물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떠났고, 이 도시의 번영의 역사도 그 막을 내렸다. 



 '코네(옛)'스런 이야기는 이쯤하고, 우르겐치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필자만의 우르겐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우르겐치로의 첫발을 내딛는 '우르겐치 공항'. 이제부터라도 '빨리빨리'는 잊고 잠시 여유를 갖자. 수하물 도착장에 먼저 가도 한참을 기다려야 짐이 도착하니까.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대략 30분 정도를 기다리면 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여행을 위해 우즈벡을 방문하는 한국인은 대게 고대 유적이 있는 사마르칸트, 부하라 그리고 히바로 향한다. 그들은 우르겐치를 '히바'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접하게 된다. 


 참고로 우르겐치-타슈켄트 국내선 노선은 매일(하루 2편) 운항되며, 왕복 10만원 정도 소요된다. 3년 전만 해도 프로펠러 국내선 비행기가 주종이었으며 표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으나 현재는 항공기가 대형화되었고 온라인으로 티켓팅을 해 문제없이 결제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프로펠러 비행기로는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던 것이 현재는 1시간 남짓의 비행이라 기내에서 간단한 음료 정도만 제공받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예전에는 작은 비행기를 타고 사막화된 땅을 본다는 게 때론 지겹기도 했는데, 요즘은 구름 위로 비행하는 짧은 여정이 사막을 보는 재미를 그립게 한다. 

 여름의 우르겐치는 사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 평균 기온이 45도를 육박하며 체감온도는 50도를 웃돈다. 우르겐치의 야외를 돌아다니면 차분하면서도 뜨거운 공기 속에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눈이 부셔 눈을 쉽게 뜰 수 없다. 반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선글라스로 눈만 가린 채 벤치에 앉아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는 우르겐치 사람들을 보면 '역시 적자생존이지' 싶다.


 우르겐치에서 외국인이 투숙할 만한 호텔은 '호리즘 팔라스 호텔'이다.(필자의 경우, 온라인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아 여행사를 통해서 예약한다.) 외국인은 싱글룸 기준 1박에 50달러 정도이다.(우즈벡 현지인들은 하루 20~25달러이다.) 조식은 아래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우유에 밥을 쪼리듯 익혀 달짝지근한 스프 '카샤'는 맛이 오묘하게 한국인 입맛에 맞다. 그 맛이 그리워 한국에서 우유죽을 만들어 보곤 하는데 그 맛이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음식에 있어서는 우즈벡 어느 식당을 가도 빠질 수 없는 메뉴가 있는데, 바로 고기다. 양고기는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요리 중 하나다. 냄새가 없고 고소하며, 육질이 연하고 그 풍미가 한국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고기의 맛이다. 사람들은 인근 아무다리야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즐겨 먹는데, 흙냄새와 잔가시가 상당하고 대부분 튀겨서 먹는다. 한국인들은 고려인 식당(Mangal)도 종종 이용한다. 라면과 김밥도 있는데 한국 같은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슬람 문화로 인해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한식의 맛을 흉내 낸 음식에 대한 기대감 정도면 충분하다. 고기에 곁드릴만한 주류로는 우즈벡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야고다(Yagoda)라는 지역의 보드카와 조지아 와인이 있다. 보드카 혹은 와인을 저렴하게 사고자 한다면, OTAXON, VINOGRAD에서 구할 수 있으니 우즈벡에 갔을 때 양고기와 함께 즐겨보시길!

 코로나19가 잠시 잦아들 때 쯤, 열리기 시작한 하늘길을 따라 얼마 전 다녀온 우르겐치도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많던 목화밭 중 다수가 옥수수밭으로 바뀌어 있는가 하면, 도시는 재정비를 하고 있었고 주민들을 위해 새롭게 지어진 잘랄우틴 광장(JALOLIDDIN MANGUBERDI)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변할 우르겐치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필자가 보고 경험한 우르겐치에 대한 그리움은 앞으로도 늘 우르겐치의 수식어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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