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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의 현지화 전략 이야기

by the Right Hands

요즘 국제개발과 해외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외부의 지원이 장기적인 자립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수혜국의 의존성을 높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제는 현지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 OECD는 로컬라이제이션을 개발협력, 인도적 지원, 평화 구축 과정에서 파트너 국가 시민사회의 리더십과 주인의식, 역량을 존중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현지 주체에게 더 많은 자원과 결정권을 나누는 일이다.


현지 주도권이 주목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현지인이 중심이 되는 평화 구축과 개발 활동은 외부 개입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지역의 문화와 현실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높은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으로 이어진다. 둘째, 윤리적·정치적 측면에서도, 현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개발 방식은 외부 개입이 불러올 수 있는 주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후원자 기대와 현지화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현지 파트너 역량 부족의 문제, 그리고 현지화의 개념과 방향성에 대한 내부적인 이해 부족 등이 현지화의 저해 요인으로 뽑히고 있다.



1. 왜 ‘지부 운영’보다 ‘현지 NGO와의 협력’을 선택했을까

더 라이트 핸즈(The Right Hands)는 2016년 설립 초기부터 해외에 지부를 세우거나 한국인 직원을 파견하는 대신, 현지에서 신뢰할 수 있는 단체와 협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접근은 단순한 운영 효율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현지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한 구조적 선택이었다. 과거에는 현지 지부와 외부 인력이 필수라고 여겼지만, 이런 방식은 비용과 행정 부담이 크고 주민이 사업을 ‘내 일’로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외부 중심의 사업은 참여 의지와 주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핸즈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현지 단체는 언어와 문화, 사회적 맥락을 잘 이해하고 주민과 신뢰 관계를 맺고 있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핸즈는 이 과정에서 지원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맡아 기술과 자원을 연결하고, 사업 진행을 점검하지만, 결정과 실행의 주도권은 현지 주민과 파트너와 협력한다. 주민들은 개인·가족·마을 단위로 필요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으며, 현지 단체는 의견 조율과 갈등 해결을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끈다. 이러한 구조는 주민의 자립성책임의식을 강화하며,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진다.


2. 현장에서 일어난 변화

핸즈의 현지화 철학은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왔다.


현지화 사례 1) 베트남 HSCV와 함께한 푸동 꼬뮨 빈곤가정 통합지원 프로그램
핸즈는 베트남의 파트너 단체인 HSCV (Humanitarian Services for Children of Vietnam)와 함께 지난 9년간 ‘빈곤가정 통합지원 프로그램(FAP)’을 통해 지역의 빈곤율을 실질적으로 낮췄다. HSCV는 오랜 기간 핸즈와 함께해온 단체로, 주민들의 삶과 문화, 필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 전문성이 핸즈의 경험과 결합되면서, 지역의 상황에 꼭 맞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이 가능했다. 그 결과 초기에는 외부 지원에 의존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성장했다. 특히 도움을 받았던 주민들이 다시 이웃을 돕는 ‘상호 돌봄 구조’가 형성되면서, 마을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공동체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자립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현지화 사례 2) 캄보디아 KHEN과 함께한 바탐방 지역 교육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올해 초, 컴퓨터 교실 건축을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부지 평탄화 비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현지 파트너 단체인 KHEN(Khmer NGO for Education)과 학교가 중심이 되어 주민들이 직접 모금과 봉사를 조직했다. 작은 후원과 자발적인 참여가 모여 결국 문제를 해결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는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욱 확고해졌다. 과거 오라무온과 오우다 마을의 유치원 건축 때도 같은 흐름이 있었다.마을 위원회가 교사 인건비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주민들이 운영을 결정한 결과, 두 유치원은 현재 정부 체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준(準)공립 유치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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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파트너십의 힘

핸즈는 파트너 단체를 단순한 사업 수행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여긴다.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협력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이다. 이 협력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도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많은 국제단체가 활동을 중단했지만, 핸즈는 현지 파트너가 주민과 직접 소통하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진짜 변화는 현지인의 손에서 시작된다”는 핸즈의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의 교육 NGO KHEN(Khmer NGO for Education) 은 핸즈와 오랜 시간 협력해온

대표적인 파트너다. KHEN의 설립자 분리(Bunlee) 는 이렇게 말한다.

서로 다른 문화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게 하자’는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KHEN 팀뿐 아니라 학부모, 학교, 지역 당국, 자원봉사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습니다.


핸즈는 앞으로도 이러한 현지 주도형 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지역 사회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결국 보다 건강하고 자립적인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길이며, 핸즈가 추구하는 ‘현지 중심의 진짜 변화’가 실현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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