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각종 일정들을 취소해야 했던 지난겨울. 딱 하나, 취소할 수 없었던 건 '화랑미술제'였다. 작년 겨울부터 체크했던 일정이라 고민했는데, 관람객이 현저히 낮을까 봐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랑미술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입구에서 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아트페어 방문일은 목적에 따라 다르다. 그림을 구매할 목적이면 가장 빠르게, 여유롭게 보고 싶다면 평일 오전, 어떤 그림들이 팔렸는지 궁금하다면 마지막 날이 좋다.
나는 마지막 날 방문했다. 대신 마지막 날의 단점은, '마지막 날=주말'이기에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번 아트페어는 코로나로 방문객이 반 이상 줄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관람이 가능했지만 말이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부스비용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많이 와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었달까.
*화랑미술제의 티켓은 미술잡지 '아트인컬쳐(Art in Culture)'에서 받았다. 아트인컬처의 sns 글을 보고 연락드렸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감사합니다!)
*아래의 갤러리/작가명은 기억+메모+인터넷을 참고해서 기록했습니다. 혹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 주세요 ^^
맥화랑, 인드라 도디
맥화랑, 감성빈 작가
예술은 '누구'와 향유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번 아트페어는 함께 그림을 그렸던 친구와 방문했는데, 여전히 그림을 그리는 친구 덕분에 작가와 딜러의 시선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우리가 제일 오래 머물렀던 화랑은 '맥화랑'이다.
맥화랑은, '다양한 장르의 참신한 기획 전시'를 한다는 취지에 맞게 신선한 작품들이 많았다. '미술작품은 액자도중요'라고 생각하는 우리여서, 더 유심히 봤던 인드라 도디와 감성빈 작가님의 작품들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부산의 달맞이길에 있는 맥화랑에 가보고 싶어 졌다.
두민 작가님의 작품은 인터넷으로 종종 접하는 중이고, 지히 작가님의 작품은 콜라보한 제품들로 접하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작가님들의 작품을 이번 아트페어에서 만나니 괜스레 반가웠다.
갤러리 나우, 고상우 작가
시선을 사로잡는고상우 작가님 작품들이다. 이번에도 역시였다. 나와 친구도 반가운 마음에 봤다가, 어느새 작품 앞에 있었으니까. 고상우 작가님의 작품은 사진 전문 갤러리인 갤러리 나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함께 그림을 그렸던 친구와 감상하니 그림 추억 이야기를 종종 했다. 이 작품의 '나비'를 보고 친구가 떠올렸던 기억은, '우리 예전에 그림 그렸을 때 나비 그만 그리라는 이야기 있지 않았어? 유행 지나갔다고'였다. 다시 나비의 유행이 오고 있는 건가. 덕분에 다른 작품들에서 나비를 찾는재미는 덤이었다.
갤러리세인, 최승윤 작가
나비만큼 종종 만났던 색은 '파란색'이었다. 여러 파란색의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작가님은 갤러리 세인의 최승윤 작가님이다.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하시는 분인 만큼 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이 있을지 기대되었다.
작가노트에 '푸른색은 일반적으로 차가운 색감이지만, 가장 뜨거운 색도 푸른색이듯이 역설적인 색'이라는 문구가 있다. 작품을 보니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개인적으로 이분 작품은 소장할까 고민되더라.
줄리안 오피
아트페어의 단골손님인 영국의 앤디 워홀 '줄리안 오피(Julian Opie)'를 시작으로, 아래부터는 또 만나고 싶은 갤러리/작품들이다.
동산 방화랑, 권순철 작가
김미숙 작가
변웅필 작가
본화랑, 민보라 작가
선화랑
김순식 작가
갤러리 미즈, 장정 작가
조인예 작가
갤러리 피치, 강신덕 작가
오원화랑, 윤은숙 작가
김황록 작가
데니송 작가
작품을 감상하던 중 친구가 '아트페어는 설명이 없어서 아쉽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도슨트 투어도 있고 현장 담당자 분도 계시지만, 비전공자라면 물어볼 용기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제한된 부스 내에서 작품을 디피하는 일이 쉽진 않고, 그 공간에 한 작품이라도 더 선보이는 게 중요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설명을 통해 작품을 이해한다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었고, 작품에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물론 미관상으로도 덜 예뻐 보이겠지만.
그러다가데니송 작가님의 작품을 소개하는 투박한 종이와 기사를 만났다. 이렇게 투박한 설명은 또 처음이라 보자마자 빵 터졌지만, 매력 있었다.
귀여우면서도, '물감 많이 썼겠다'며 괜스레 걱정했던 작품. 물감이 다른 곳에 안 묻게 짜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라며 감정이입을.. 하하
아쉽게도 작가님과 갤러리를 체크 못했다. 이 작품 너무 귀여웠는데!
제프 쿤스
제프 쿤스의 작품을 올해 화랑미술제에서 만나게 될지는 몰랐다.
제프 쿤스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사의 굵직한 작가님들의 작품도 만났는데, 아래에 따로 모아봤다.
좌) 김환기 화백, 우) 윤형근 화백
좌) 김구림 작가, 중) 박서보 작가, 우) 이건용 작가
김환기 화백님과 그의 사위이자 요즘 나의 1순위인 윤형근 화백님이다. 이 글에서는 모든 아티스트의 호칭을 '작가'로 통칭했는데, 두 분은 작가보다는 '화백'이 편해서 그대로 기재했다.
그 아래는 김구림/박서보/이건용 작가님의 작품들이다. 미술 경매에서도 종종 뵙는 인기 작가님들을 이곳에서도만나 뵈었다.
갤러리포커스 쩐루하우(좌), 르꽁따인(우)
베트남 작가님들의 작품들도 체크!
베트남은 아직 상대적으로 그림 가격이 낮아서 주목할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르꽁따인 작가님의 작품에서위에 있는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핑크갤러리, 신철 작가
이혜민 작가
신철 작가님과 이혜민 작가님은 작품이 내 취향이라, 클로즈업샷으로남겨본다. 특히 신철 작가님의 작품은 제목부터가 너무 센스 있어서 친구와 감탄했는데, 그 제목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메모 안 했던 게 실수였다.
좌)쥘레게시/ 우)갤러리 서림, 김유준작가
우리 갤러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 쥘레 게시와 김유준 작가님의 작품들이다.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두 분의 작품도 사진으로 남겼다.
성낙중 작가
그리고 조각 작품들! 더해서 로메로 브리토의 조각 작품도 너무 귀여웠는데, 구경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던 것 같다. 조각은 조각만이 표현할 수 있는 매력도 있고, 미술 재테크로 본다면 세제 혜택이.. 라며 돈과 연관 지어서 친구와 얘기 나눴던 나란 사람. 직업병인가.
최대한 작가님들과 갤러리명을 남기려고 했던 이유는, 아트페어에 관한 후기는 많지만 어디에서 나온 누구의 작품인지 소개하는 글이 적기 때문이었다. 굳이 다른 갤러리를 기재할 필요가 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경쟁보다는 동질감이 더 큰 게 사실이다.(그럼에도 모두 기억하진 못했지만..)
코로나 19로 미술업계가 함께 멈춰 섰다. 가슴 아프지만 지금은 모두들 아프지 않고 잘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미술업계도 함께 힘을 내었으면. 잠시 멈췄던 만큼 비축한 힘으로 미술시장에 더 큰 힘을 가져다주길 바라본다.
화랑미술제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 온라인을 통해(~3/31) 작품 구매가 가능하다. 작품 가격부터 작가와 갤러리에 관한 설명도 있으니, 관심 있는 미술애호가는 꼭 찾아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