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한슨 사진전/성남 큐브미술관 전시 리뷰
- 작가도 작품의 모델로 종종 등장한다
이번 전시는 '상상'을 주제로 총 4개의 섹션과 작가의 스튜디오, 작품 제작과정이 담긴 영상실로 구성되어 있다. (굳이 영상실에서 제작과정을 보지 않더라도 주요 작품 옆에 있는 작은 화면이 이해를 돕는다) 주제를 나눈 각 공간은 벽의 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신작도 동선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다.
아래는 약 50여 점의 작품 중 감명 깊게 봤던, '내 휴대폰으로도 개인 소장하고 싶어서' 촬영했던 것이다.
"It's more about capturing the idea than about caprute the moment"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떠오른다. '무슨 의미일까', '어떻게 찍은 걸까?'
그 질문을 예상했듯 작가는 말했다. 순간을 담는 것보다 '아이디어를 캡처하는 것'의 문제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난해했다. 관람객 체류시간이 타 전시에 비해 길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시 자체의 퀄리티도 있지만 나와 같이 '이해'하려는 사람들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상상'을 요구했지만 어느덧 상상을 하는 것이 낯설어버린 우린 '이해'하려고만 한다. 마술의 비밀을 풀려는 듯이.
그의 작품들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준다. '풍선을 타는 모습이구나!'와 '낭떠러지를 풍선 하나에 의존한다고?'와 같이. 불가능과 가능, 이상과 현실, 보는 것과 믿는 것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따뜻하다. 작품의 따뜻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분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초현실'세계임에도, 손주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따뜻함은 익숙함을 데려온다. 멀리는 나의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았던 눈길이었고, 가깝게는 나의 아버지가 손주인 한 아이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경험할 수 없는 상황과 경험했던 상황이 겹친다. 그러자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 같아'라며.
위의 사진은 전시 동선상 맨 마지막에 있는 '신작'이다. 물론 신작이 아니었어도 가장 오래 머물렀을 작품이었다. 이 작품 역시 언뜻 보면 익숙하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져있다. 분명 망원경의 방향은 밤하늘을 가리키고 있는데, 위에 있어야 할 별들은 땅에 박혀있는 것이다.
'땅에 있는 것이 별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관람객들을 위해 작품명에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Looking for stars'라고.
사진 자체의 색감, 구성도 좋았지만 사진이 주는 의문이 가장 와 닿았다.
지금 나의 망원경은 어느 쪽을 향해있을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섬, 양털로 만드는 구름, 내 길을 내 손으로 만드는 모습..
그렇게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은 소재의 흥미로 관람객을 불러들인 후 질문을 시작한다.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니?'
'그래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뭘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대표 작품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위의 작품 중 이번 전시회의 포스터에도 있는 보름달을 걸고 있는 사진, 'Full Moon Service'다. 도슨트 분은 이 작품의 이름부터 설명했다. 흔히 'Full moon'의 뜻처럼 보름달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이름부터가 중의적이라고 한다. 보름달을 교체하는 회사가 될 수도 있지만, 모든 달을 위한 서비스로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보니 달이 참 다양하다.
그리고 이 작품의 인기를 알고 있다는 듯이, 작가는 작품의 제작과정을 '스튜디오 공간'에서도 선보인다.
작가의 상상력이 담긴 드로잉과, 실제 촬영하는 과정, 마지막으로 색을 보정하는 장면들이 담겨있다.
에릭 요한슨은 소통을 잘하는 작가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과 sns를 통해 작품의 과정을 공개한다. 그만큼 그는 과정까지도 하나의 스토리이자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소통을 잘하는 작가인 건 알겠다. 그런데 초현실세계를 다루는 사람이 이리 솔직해도 되는 것인가. 작가 방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손길'도 볼 수 있다. 그림을 전공했던 나에게는 특히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도슨트 분의 설명에 의하면 위의 사진은 원래 '공개하려고 했던 신작'이었다. 그러나 작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고, 결국 다른 작품을 공개하게 된다. 작품에는 그의 속상한 마음이 담긴, :( 와 함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고칠 예정인지 쓴 코멘트가 붙여있다. 완성작이 아닌 과정의 민낯까지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더불어 작가는 초현실주의 선배 작가들을 동경했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르네 마그리트의 포스터가 함께 찍혀있다.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이런 화풍의 작품이야!'라고만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그 물음표에 응답 여부는 또다시 나에게 달린 것이다.
큐브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가벽을 통해 알차게 구성한 느낌이었다. 소품샵은 들어가는 입구 쪽에 있는데, 한번 들어가면 재입장이 불가능하므로 소품샵을 먼저 구경하고 입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작품이 어떤 소품으로 있는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요 작품들을 먼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전시장에 나와서 다시 소품샵을 본다면 정말 알차게 보고 갈 것이다.
"The only thing that limit us, is our imagination"
작가는 말했다.
'우리를 제한시키는 유일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 스스로가 제한하는 것은 상상력뿐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