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실리콘밸리 본사 리크루터 거성
저에게는 "너의 똘끼를 서포트해주는 내가 있다"라고 항상 말해주는 정말 고마운 13년지기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거성이가 저의 라이브 방송에 두번째 게스트로 참여했었어요.
저도 싱가폴에 원웨이 티켓으로 날아왔지만, 이 친구도 보통 친구가 아니거든요. 오직 사랑때문에 실리콘 밸리로 가서 미국 학위도 없이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거성이의 인생극장 시작합니다.
거성이는 대학교 졸업 후, 엘지전자의 B2B 사업부에 입사를 했어요. 저포함 많은 동기들이 대졸 신입사원으로 직업을 구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허덕인 반면, 거성이는 졸업 훨씬 전에 문제없이 대기업 타이틀을 거머쥔 야무진 친구에요. 거성이라는 별명에 맞게 입사 후에도 고과평가는 A만 받고, 커리어 걱정이 필요없던 친구였죠. 무엇보다 회사를 사랑했어요. 저한테 엘지폰을 팔았을 정도로요... 정말 좋은 폰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듯 했습니다.
거성이는 대학때부터 태권도부의 수퍼스타로서 '강한 여자가 아름답다'라는 슬로건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저는 얘만큼 타고난 건강체질인 친구를 본적이 없어요. 심지어 눈알마저 건강해서 원데이 렌즈를 2주동안 빼지도 않고 자고 일어나고 살았던 친구에요. 괴물같은 건강체질.
그런 건강 그 자체였던 친구가 대기업 사업개발팀에서 5년을 근무하면서 각종 병에 걸리기 시작했어요. 엄청 열심히 일했겠죠. (물론 엄청 열심히 술도 마셨을거에요. 회사탓만 할 순 없습니다.)
이석증, 갑상선, 구안와사를 걸리고, 다난성 난소 증후군까지 생겼을 때는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두달간 휴직계를 냈대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큰 투자금을 유치한 회사와 (지금은 망…)얘기가 오갔고, 샌프란으로 출장을 가게 됩니다. 그런데 SF가 노숙자도 많고 사실 안전한 동네는 아니라서 호텔에서 혼자 밥만 먹고 있다고 떨고있는 강한 여자를 위해 저는,
틴더를 소개해줍니다.
그리고 틴더로 구글에서 일하던 대만계 엔지니어 하오와 커넥트가 됩니다. 그때 하오는 거성이에게 구글 캠퍼스 투어를 시켜줬고, 둘은 다섯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가 되었대요. 그렇게 다섯시간이 전부였죠. 인생을 바꾼 다섯시간이요.
둘은 계속 인터넷으로 연락을 했대요. 나중에 하오 친구가 말하길, 자기는 이 게으른 자식이 일년 넘게 새벽 4시에 스텔라랑 얘기해야한다고 알람맞춰 일어나는 거보고 이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대요. 한달동안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하오는 거성이에게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고백을 합니다. 한번 만났으면서!
그리고 몇주 후 하오가 한국으로 방문했고, 일주일 후 돌아가는 돌아가는 공항에서 울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결혼해야할거같아(I think we need to get married)"
(저는 하서방의 순수함을 너무 좋아해요)
두달만에 결혼선포.
그 이후로 롱디를 3개월정도 지속하던 거성이는 이러다간 정말 5시간 만나고 + 2주 만나고, 알게된지 5개월 된 사람이랑 결혼을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해서, 그래서 대기업을 관두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1. 내가 이사람이랑 살 수 있을지
2. 내가 미국에서 살 수 있을지
를 결혼이라는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였대요.
다음 플랜 없이 대기업을 관두는 것보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살아보지 못한 남자와 백년가약을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서 맺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하오와 함께 한 두달간 거성이는 큰 확신 두가지를 얻습니다.
하나, 하오와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살 수 있다. 행복하다
둘, 그런데 나는 일없이는, 일을 안하고는 못살겠다.
그렇게 그녀는 일단 한국으로 후퇴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과제로 전략을 짜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문과로 실리콘밸리에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일단 그녀가 가진 것을 보면 이러합니다.
엑센추어 인턴 경력 (6개월 미만)
엘지 전자 에너지 사업개발 (5년 반)
그녀가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가장 큰 그녀의 타이틀은 엘지전자라는 대기업 이름인데, 아무리봐도 사업개발이라는 직무로 실리콘밸리에서 엣지를 갖고 직업을 찾는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거에요. 그래서 그녀는 그때부터 다른 옵션들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엘지에서 했던 여러 일들 중 가장 좋아했던 것이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었다고 해요. 거성이가 후배들이나 협력사에서 눈여겨 보던 분들을 뽑아 왔거든요.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제가 있었죠. 그녀의 베프인 제가 혈혈단신 싱가폴에 와서 헤드헌팅으로 취업을 한 후 링크드인으로 이직을 한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힌트를 얻은 그녀는 일단 리크루터로의 커리어 전환을 위해 한국에서 헤드헌팅 회사에 입사를 합니다.
이 전략적인 친구는 헤드헌팅 회사에 입사하면서도 콕 찝어서 '테크니컬 리크루터'로 방향을 잡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가 핵심인 도시이기 때문에 제너럴리스트 직무의 사람들을 리크루팅 하는것도 아니고, 아주 콕찝어 테크니컬 리크루터가 되요. 그리고 거기서 9개월동안안 열심히해서 정말 좋은 성과를 냈어요. 그렇게 좋은 트랙 레코드를 쌓은 후에 한별이는 저에게 다시 부탁을 했어요. 제가 아는 헤드헌팅 회사들 중에 실리콘밸리쪽에 오피스가 있는 회사가 있으면 소개를 시켜달라구요.
마침 그때 저를 리크루팅하고 싶었던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가 실리콘 밸리에 오피스가 있었고 저는 대표에게 거성이를 추천했습니다. 저의 추천과 그녀의 트랙 레코드, 그것뿐이었다면 그녀에게 비자 서포트까지 해주기에 살짝 아쉬웠을 수 있는 조건에 거성이는 베팅을 합니다.
"기본급 안받고 커미션만 받을게요."
헤드헌팅은 일종의 영업직이거든요. 그러니까 기본급이 나오고 성과를 낼때마다 커미션을 받는데, 거성이는 아예 '내가 성과를 못내면, 나에게 단 한푼도 안내도 좋다.'라고 말함으로써 회사가 얘를 고용하는 리스크를 확 줄여준거에요.
그렇게 회사의 오퍼를 받고 거성이는 드디어 사랑과 함께 하기위해 실리콘밸리로 날아갑니다.
실리콘 밸리의 작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자기 능력도 입증하고, 기본급도 받게 되면서 일년 반이 지났을 때, 거성이의 눈에 넷플릭스의 '리크루팅 리서처' 채용공고가 들어와요. 그렇게 넷플릭스 하나만 지원하고 철저한 준비끝에, 합격을 낚아챘죠.
실리콘밸리에 정착한 그녀를 보러 갔을 때, 그녀는 넷플릭스 라지 사이즈 '어린이용' 티셔츠와 뽕브라 선물세트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틴더 데이트는 아니었지만 넷플릭스 오피스 투어도 시켜줬지요!
저는 거성이의 커리어 스토리가 정말 제가 늘 강조하는 connecting dots를 잘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재를 열심히 살고, 나머지는 운명에 맡겨놓는 저와는 달리, 거성이는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했지만요. (예를 들면 저라면, 한국에서 9개월 리크루팅 경력을 쌓지 않고 아마 바로 실리콘 밸리로 가서 좌충우돌 했을거에요.)
거성이는 이렇게 말해요.
A에서 B로 갈 수 없으면, 그 중간지점에 있는 C를 거쳐가라 (그것도 아무리 싫어도 끈덕지게 2년은 있으면서 성과를 낼 각오로!).
돈 좀 더 준다고 상관도 없는 D로 가지말고.
구글을 가고싶으면, 지금 당장 구글을 어떻게 갈까 발을 동동 구르며, 지원하고 떨어져서 슬퍼할게 아니고, 구글까지 갈 수 있는 커리어패스를 짜면 됩니다. 좋은 건 그렇게 쉽게 손에 떨어지지 않아요.
거성이가 제 라방에 고정 게스트 욕심이 다분해서 떡밥을 많이 흘리고 갔어요.
다음 거성이와의 라이브의 주제는 이겁니다.
언제?: 방송 예정일 4월 26일 일요일 한국시간 오후 3시, 싱가폴시간 오후 2시
어디서?: 앨리스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토리에서 @haneulalice
놓치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재방시청 가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OswMfscs4&t=122s (다만 커멘트가 캡쳐 안되서 아쉬워요)
방송 내용을 정리해주었던 리뷰: http://blog.naver.com/nightcream/22190468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