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머니 편
뉴머니를 경험한건, pre-seed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의 AGM에서 였어요.
AGM(Annual General Meeting의 약자)은 1년에 한번 회사가 주주들에게 회사를 어떻게 운영했고, 당신들의 돈이 어떻게 되었는지 성과 및 이슈를 공유하는 자리에요.
제가 간 곳처럼 VC의 AGM은, 주주들이 아니고 LP (Limited Partners의 약자)들, 즉 이 펀드에 돈을 댄 사람들이 와서, 얘들이 내 돈을 어디 투자했나, 얼마나 잘하고 있나, 이런 성과를 듣는 자리입니다.
저도 파이낸스 월드는 처음이라 제가 LP는 아니었고, AQX에 입사하고 난 후 만난 친구가 LP고, 저를 초대해주었어요.
VC의 프레젠테이션은 대단한 인사이트는 없었구요, 다만 얘네가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듣고있자 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 LP들의 돈을 불려주기 위해 스타트업도, VC도 무지하게 열심히 일하는구나’
저도 passive income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내가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 슬로건 멋지잖아요?
그래서 물건을 가져와서 파는 온라인 셀러를 1년전에 했었어요.
‘(몇억원대의 매출을 보여주며) 누구나 온라인 셀러가 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집에 앉아서 돈버세요!’
이런 온라인 셀러 강의 광고가 넘칠때였죠.
사업자 등록하고 이커머스 셀러를 했는데, 와 씨…
본업보다 더 열심히 일했는데, 1년이 되어도 벌리는 돈은 월급의 1/10밖에 안되는거에요.
수입통관해야지, 재고관리해야지, 광고해야하지, 후기 조작해야하지, 택배싸야지, 세금 및 서류작업에,
고객응대 하는데, 샴푸통이 터져서 30만원어치를 반품해달라는 고객과 대화하다 터진 내 울화통…
지적 자극도 없고, 외로운 노동을 반복하면서 크게 느꼈어요.
‘진정한 passive income은 내가 정말 아주 미니멈 워크만 하거나, 아니면 그 일자체를 즐겨야한다. 이커머스 셀러는 entry barrier가 낮고,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식으로든 계속 노력과 시간을 쓰게 되고, 이건 컨텐츠 제작자들도 비슷할것이다. 결국 진정한 passive income은 배당금이나 이자, 투자로 나는 것 밖에 없다.’
네, 결국 자본주의의 엔드게임은 투자자더라구요.
그것도 비상장!
주변에 창업자나 스타트업다니는 친구가 많아서 보면, 얘네는 3년에서 10년, 정말 자신의 모든것을 걸고 일해요.
그런데 인간의 라이프 사이클이, 오랜시간 자신을 갈아넣어 일을 하게 되어있지는 않은것 같아요.
가진게 열정과 재능, 시간 밖에 없을 때는 그걸 갈아 넣어서, 경험치와 인맥, 그리고 돈으로 바꾸고,
열정이 좀 줄어들면 그 쌓아놓은 경험과 돈을, 열정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투자해서 돈을 버는 시기가 오는거에요.
그래서 멘토링이 말이 되더라구요. 20대 때, 왜 멘토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좋은 조언을 해주는지 늘 궁금했거든요.
지금 보면, 멘토링과 투자는 자본주의와 인본주의 그 어느 사이에 있는 아름다운 선순환이 아닌가 싶어요.
순수하게, 열정 넘치는 탤런트를 좀 더 좋은 길로 가이드 해주고 싶은 인본주의적 마음과,
그렇게 해서 일이 잘 되었을 때 모두가 돈을 벌어서 win - win 하게 되는 자본주의적 구조의 그 중간 어딘가요.
암튼,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early stage에 투자하는 것은, 이 선순환 사이클을 타는건데, 이런 VC에 LP로 있는 것은 좋은 첫스텝인거에요. 거기 앉아있던 LP들은 중상층들이었는데, 이게 핵심이에요. 이들은 집도 있고, 다른 기타 자산으로 삶에 안전을 확보하고, 이런 투자를 하는거에요.
그래서 뉴머니로 부자가 되려면, 적어도 네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해요.
1. 1억 정도 잃어도 인생에 타격 없을 만한 돈을 모았어야 하고
2. 돈을 걸어볼만한 스타트업의 존재를 알아야하고
3. 그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추었으며
4. 소액의 내 돈을 스타트업이 받아줄 만큼 내 경험이나 평판이 좋아야함
이 생각들을 저를 AGM에 데려간 친구에게 얘기했어요. 그는 엔젤 투자자로 이미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했거든요. 공감하며, 자기 경험을 말해줬습니다.
“벤처 캐피털의 핵심적인 기능은 크게 두가지야. Access (접근)과 Filter(필터링). 평균적인 VC들은 1년에 3000개 정도의 덱을 검토해 그리고 그 중 10 - 30개 정도의 딜에 투자를 하지. VC의 LP가 되는 건, VC가 좋은 딜에 대한 더 나은 접근을 가능하게 하거나, 아니면 나보다 필터링을 잘하거나 이 둘중에 하나를 해주는 fee야.
나는 작은 돈을 이 펀드에 투자하고 LP가 되었고, 좋은 스타트업을 소개받으면, 그 스타트업에 직접 더 큰 돈을 투자해서 지분을 확보해.
대개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필터링을 잘하는게 필요하고, 비상장 주식은 access가 더 중요해. 왜냐면 초기 단계에 있는 좋은 팀은 일반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거든. 그래서 엔젤 투자를 시작하면 좋은 팀에 접근하기까지 3 - 5년 정도가 걸려. 멘토링도 해주고, 조금씩 투자하는거지. 최고의 딜은, 이미 내가 투자를 한 창업자의 추천에서 와. 그러면 투자자로서 선순환이 시작되는거지.”
말이 쉽지만, 초기 투자자가 되는건 허들이 높은데, 그 과정을 아주 쉬워지게 한 것이 크립토 마켓인것 같아요.
저도 스타트업 초기투자를 할뻔 했는데, 신디케이트다 뭐다 서류작업이나 이런게 너무 많은데, 그렇게 투자한 돈을 exit하는게 힘들어서 안했거든요. 그런데 크립토는 바로 유동화가 가능하니 일반인의 투자가 쉬워지는거죠.
투자자가 끝판왕 일 수 밖에 없는 작금의 시대에, 상장 전 회사에 투자하는 것의 배리어를 확 낮춘 것이 크립토의 선기능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쉽게 초기투자자가 되거나, 창업자가 되어 raise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그리고 이 트렌드가 계속되면, 투자라는 행위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 일상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아요. 물론 투자자도, 크립토 회사도 성숙해야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