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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Jan 22. 2024

섬세한 사람은 요리를 한다.

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6.

배달 음식 끊고 집밥 해 먹기. 이건 2024년 새해 목표 중 하나이다. 물론 배달 음식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끊는다 생각하며 살다 보니 집밥을 만들어 먹는 게 익숙해져 간다. 앱으로 식재료를 고르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 앞으로 가져다주는 세상. 이 얼마나 요리해 먹기 좋은 세상인가. 


무겁게 이고 지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산타클로스가 선물 꾸러미를 놓고 가듯 식재료를 선물 받는 기분이 꽤나 괜찮다. (물론 돈 주고받는 선물이지만)


자주 장을 보면서 느끼는 건, 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는 것. 갈수록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일 텐데도 장 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잔고가 훅훅 줄어드는 걸 눈으로 볼 때마다 식비를 줄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 잃으면 다 잃는 거다. 먹는데 돈 아끼는 거 아니라는 어른들 말씀이 살면서 와닿는 때가 있는데 이것도 그중 하나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장을 봐서 기한이 지나 버리는 음식이 없도록,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장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요리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귀찮아하거나, 아니면 요리를 못해서 엄두를 못 내거나, 아예 관심이 없거나 정말 갖가지 유형이 다 있다. 나는 그중에서 귀찮아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좋아하는 유형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장도 봐야 하고, 재료 손질도 해야 하고, 레시피도 숙지해야 하고, 오랜 시간 서서 요리하는 과정에 체력이 닳기도 한다. 


물론 만드는 과정에 드는 시간과 체력과 정성이 장난 아닌 게 요리이지만, 막상 완성해서 맛을 봤는데 성공적이라면 자신감이 샘솟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토록 스스로를 대접해 주는 행위가 또 있을까. 심지어 타인을 대접했을 때 칭찬과 더불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리는 사랑과도 같다. 나를 위해 하는 요리는 곧 나를 사랑과 정성으로 대접하는 일이고, 타인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요리 과정을 섬세하게 지휘하다 보면 모든 감각이 총동원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모두 동원되며 심지어 순발력까지 발휘되어야 하니 종합 예술이 따로 없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도저히 요리할 힘이 안 날 땐 나도 사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배달 어플을 켤 날도 오겠지만 웬만하면 집밥을 해 먹으려고 노력할 듯하다. 요리도 해 버릇해야 느는 것이지 귀찮다고 안 해버릇하다 보면 영원히 요리와 담쌓게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진 능력은 갈고닦아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귀한 능력을 그대로 방치해 뒀다가는 존재 여부가 희미해진다. 처음 보는 레시피임에도 매번 성공하는 걸 보면 요리에 재능이 있다고 신랑이 늘 말한다. 아마도 이렇게 칭찬을 해둬야 집밥을 자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사실이라며 빈말은 안 한다고 두 번 강조한다. 


이런 신랑의 말에 속아 넘어가주는 것도 괜찮겠지. 어쨌든 모두에게 평화와 건강을 선물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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