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 하늘해밴드
믹스 커피를 딱 내려놓고 창 밖을 본다
따스한 바람이 날 이끄는 날
새벽 공길 맞고서 나와 깜깜한 하늘
그 아래 나 혼자 돌아서 오는 길
눈부신 그 빛이 그리웠다
눈이 부셔 오는 새파란 하늘
내 마음 한 곳이 아팠을까
아무 일 없지만 오늘은 잠시 쉬어야겠어요
이건 마치 다른 날 속에 사는 것처럼
시간이 날 위해 흘러 주는 날
이런 차림 낯선 사람들 이곳에서 난
잠시만 쉬어요 날 위해서요
루즈한 음악이 날 부를 때
문득 생각나는 누군가 그리울 때
바빴던 시간에 나는 없었나 봐요
나만을 위한 그런 날 오늘만이 그런 날
믹스 커피를 딱 내려놓고 창 밖을 본다
따스한 바람이 날 이끄는 날
흐트러진 머리칼 위에 모자를 얹고
천천히 걸어요 이 시간처럼
내 마음 한 곳이 아팠던 걸까
오늘은 쉬어요 나를 위해서
모처럼 하루 연차를 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위해서’ 연차를 쓴 날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가족을 챙기기 위한 이유로 썼던 것 같다. 오늘도 결국 그런 이유이긴 하지만
일요일마다 온라인 클래스를 진행하게 되면서 온전히 쉬는 날이 사라진 뒤로, 몸과 마음이 조금씩 지쳐 있던 터라 하루쯤은 꼭 쉬고 싶었다.
아침부터 평일에만 챙길 수 있는 일들을 부지런히 처리했다. 우선 아이들 관련 일들을 챙기고, 병원에 들러 얼마 전 진료받은 서류를 받아 실비 보험 청구를 했다. 작업실 피아노 조율도 마치고, 미용실에도 다녀왔다. 이따가는 곧 만기가 다가오는 자동차 보험 갱신을 위해 차 사진도 찍어야 한다.
그렇다고 회사 일을 완전히 잊을 순 없다. 공휴일이 아닌 평일의 연차는 어딘가 마음 한편이 불편하다. 별일 없겠지 하면서도 슬랙을 열어 확인하게 된다. 내가 특별한 역할을 하는 건 아닐 텐데도, 괜히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평일의 하루 쉼에는 주말과는 또 다른 풍경이 있다. 아침에 둘째 딸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는 길, 이미 모두의 일과가 시작되어 한적한 그 시간의 공기를 느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가을이 이렇게 와 있었구나 새삼 느끼기도 했다. 주말엔 붐비는 미용실도 오늘은 한적했다. 하루뿐이지만 새로운 기분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연차’라는 노래다. 이 곡을 썼던 때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연차를 거의 써본 적이 없었다. 공휴일만 간신히 쉬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사에는 고요하고 한적한 일상의 풍경이 담겨 있다. 보사노바 리듬에 피아노가 자유롭게 흐르는 듯한 곡이다.
익숙한 일상 속 잠깐의 쉼, 그 여유를 담고 싶었다. 어느새 오후 다섯 시. 회사에 있었다면 하루의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을 시간이다.
푹 쉰 건 아니지만, 평일의 풍경을 잠시나마 내 것으로 누릴 수 있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