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2,000권, 명상 2,000시간, 러닝 2,000km. 숫자로 쓰고 보니 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벅차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다시 처음이네.’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죠.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해온 건 자기(Self) 계발이 아니라 자아(Ego) 계발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걸요.
한때 저는 파도가 되고 싶었습니다. 다른 파도보다 더 높은 파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파도, 눈에 띄는 파도. 그래야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숫자를 셌습니다. 몇 권 읽었는지, 몇 시간 앉아 있었는지, 얼마나 달렸는지. 더 높이, 더 많이, 더 단단하게.
그런데 어느 순간 결과가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성과가 줄어들면 내 존재도 줄어드는 것 같았고, 성과가 커지면 나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파도는 아무리 높이 일어도 결국 사그라듭니다. 그 단순한 사실을 오랫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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