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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간읽기 Apr 27. 2016

인류의 야심 찬 프로젝트,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행간읽기] 2016. 04. 27. by 프로기 

"인류의 야심 찬 프로젝트,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by 프로기


1. 이슈 들어가기

프로기: 기원전 3세기부터 이집트에서 세계의 모든 지식을 담는 도서관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을 담아두는 한 곳. 꿈같은 이야기죠. 그런데 이게 이뤄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기술적으로 구현을 했고, 이제 법적으로도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간단히 설명하면, 도서관을 모두 디지털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책들을 전 세계적에 무료로 공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 이슈 디테일

A. 법적 허용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이 책 저작권을 두고 미국작가협회와 10년 넘게 벌인 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작가협회가 구글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작가들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구글의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글의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2004년 시작됐다. 구글은 대학 도서관에서 보관 중인 책을 스캔해 전자문서 형태로 만든 뒤 도서관에 기증하고 독자들에게도 무료로 공개했다. 저작권 유효기간이 끝난 책은 전문을 공개했고, 저작권이 남아 있는 책은 목차와 내용 일부만 공개했다. 독자들이 검색어를 이용해 책과 본문 내용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구글이 이런 방법으로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책은 2000만 권이 넘는다.

구글은 이것을 ‘공정한 이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자문서를 돈을 받고 팔지 않았고, 독자들이 책을 좀 더 편하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주장했다.

(중략) 법원은 1심(2013년)과 2심(2015년) 모두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구글의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원작의 저작권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가치를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더 많은 독자들이 보다 쉽게 책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책 판매에 도움을 줬다는 구글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구글이 스캔한 문서가 주로 역사서 등 비소설과 연구자료였다는 점도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방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경향신문, 2016년 4월 19일] 세상의 모든 책 ‘구글’ 속으로 들어갈까


B. 도서관이 의미하는 권력 

프로기: 지식권력, 정보권력이라고 하죠.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많은 권력가들이 반대했던 이유.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식을 시설 한 곳에 모으려고 했던 시도들. 프랑스혁명을 일으킨 지성 운동의 시발점도 한 권의 백과사전에 있던 점.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지식권력'과 관련한 문제로 수렴합니다. 


하나 더 와 닿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에 있는 “폴거 셰익스피어 도서관"입니다. 이 도서관은 약 27만 5000권의 장서와 필사본 등 세계 최대의 셰익스피어 문학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팩트체크를 하고 싶었는데… 우선 들은 바로는 셰익스피어와 관련한 모든 문헌이 이곳에 있기 때문에 전공 학자들이 반드시 이 도서관을 거쳐간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미국인이 아닌데 최고 권위가 미국에 있다는 데서 지식권력이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쌍수 들고 반겨야 할지, 물렀거라 경계해야 할지 모호합니다. 구글 덕분에 도서관에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서적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건 ‘권력의 해체'입니다. 하지만 한편, 결국 구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자료가 구글로 모이게 된다는 점에서 ‘권력의 집중'도 동시에 일어나죠. 


C. 프로젝트에 대한 경계

프로기: 프로젝트에 대한 경계는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인용하겠습니다.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라는 다큐멘터리가 출처입니다. 


루이스 코야도 (스페인, 포르투갈 구글 북스 책임자) 

요약: 인터넷은 한계가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에게 ‘책의 디지털화' 작업이 중요한 것이다.

“인터넷은 아직 신생 매체입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던 건 오로지 인터넷을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뿐이었죠.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문화유산과 인류가 역사를 통해 배운 지식이 책에 담겨 있어요. 책을 인터넷으로 볼 수 없다면 정보와 지식의 매개채로서 인터넷 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앵글로 색슨계가 아닌 국가에서 출간됐으며 전 세계의 대도서관에서 저장된 모든 도서들을 함께 넣는 것을 목표로 했어요.”

+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검색 엔진이 정교해진다는 분석을 내놓은 한 대학 교수 인터뷰도 있었어요. 책 스캔 작업이 구글의 검색 능력을 강화시켜주기도 한다는 얘기죠. 


예브게니 모로조프 (인터넷 분석가)

요약: 단순히 지식을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수반되는 인터넷 이용 과정에서 구글은 많은 정보를 얻는다. 

“만인에게 이 세상의 지식을 저부 공개하는 것에는 찬성해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매개체가 되는 구글에게 항상 투명하지만은 않은 목적이 있다는 거예요. (후속 정보) 구글은 이미 과거에 거리뷰 3D 서비스에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 구글은 거리뷰 촬영을 하면서 와이파이 정보도 수집했다. 무작위로 사람들의 인터넷 이용 내역과 비밀번호까지도 수집하여 자사의 데이터로 확보했다.”


(작가협회 소속 작가)

요약: 구글은 작가들과 저작권을 합의하지 않았다. 도서관과만 진행했다. 그리고 그 책들을 복사해서 이득을 보는 회사다. 그 모든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책 전부가 복사됐어요. 그 책을 토대로 이윤을 챙기려는 한 기업에 의해서 말이죠.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한 곳이 그 많은 책을 복사하게 놔두면 또 책을 복사하려는 회사가 나왔을 때 어떻게 막을까요? 그래서 그런 행위를 멈추고자 작가 협회에서 나서서 집단 소송을 낸 겁니다.”


D. 공유 재산과 사적 이익의 충돌

저작자와 출판계의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법원은 ‘디지털 시대에 책을 오래 보존하고,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며, 새 독자를 찾아내게 해줬다’고 판결했다. 포춘지도 ‘대학에만 있던 자료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며 구글을 지지했다. 실제로 구글이 디지털화 작업을 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작가협회가 소송으로 얻어낼 배상금보다도 많았다고 포춘은 전했다. 한마디로 ‘공공을 위한 공정이용(fair use)’로 봐야 한다는 것이며,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해석이다. 

작가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작자의 동의 없이 책을 복제했고, 책을 발췌해 문서 형태로 만든 것이 원작을 훼손하고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이용’이라는 더 큰 공익이 발생하는 작업이고,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문을 받아 들었다. ‘공정이용’이라는 단어에 재판부가 현혹됐다고도 했다. 구글은 승소했지만, 이런 작가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헤럴드경제, 2016년 4월 20일] [사설] ‘공정이용’ 인정받은 구글 전자책 프로젝트


소송 과정에서 작가조합은 중간복제(intermediate)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작품을 복제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원작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중간복제 행위를 막고 있다. 반면 구글은 자신들의 작업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킨다고 맞섰다.

2013년 열린 1심과 이번에 계속된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북스는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고 판단한 것. 특히 구글 북스가 목록을 통해 책을 찾기 쉽게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원 작품에 부가적인 정보를 덧붙여준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ZDNet Korea, 2016년 4월 19일] 구글 북스, 11년만에 '면죄부' 받았다


구글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영리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독특한 기업 모토로 유명하다. 실제 세계에서 날고 기는 유수의 박물관에 소장된 예술 작품을 온라인에서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 전세계 도서관에 산재한 1000만여 권의 도서들을 디지털 도서관에 모시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등을 통해 높아진 인류의 보편적인 행복도는 굉장한 수준이다. 전 세계 검색 시장의 70%를 장악한 '빅 브라더'급 기업인 구글의 브랜드 가치와 선호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배경에는 이러한 공익 활동이 만든 긍정적인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다.

(중략) 

그런데 이런 구글의 노고를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우선 '은혜로운' 아이콘부터 심판대에 올려보자. 아이콘은 단지 복잡한 형태를 예쁘게 다듬는 게 아니라 지금껏 한 사회가 쌓아온 공통된 경험과 관점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산물이다. 물론 비슷한 종류의 아이콘 팩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 행위 주체가 구글처럼 수십억 명에게 동일한 시각 언어를 빠르고 명징하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적은 없었다. 비단 디자이너가 작업에 활용하는 것과 별개로 구글 아이콘은 대중이 자발적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특정 기업의 관점이 수많은 사람의 뇌리에 꽈리를 트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쩌면 오랜 기간 동안 사회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중지를 모은 사회적, 문화적 상징체계가 제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 만약 인류가 동일한 기준에 적응해 다른 접근법들을 어색하게 느낀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게다가 그 기준이 한 영리 기업에서 비롯된다면 말이다.

(중략)

인류 역사를 되짚어보면 대세가 모든 걸 집어삼킬 때에도 소수의 반대 의견은 언제나 굳건히 살아남았다. 다양성은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인간의 근원적인 특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갖가지 개성이 피어나는 토양이 몰개성으로 뒤덮일 수 있다는 위험을 과연 인지하고 있는가. 

[허핑턴포스트, 2015년 3월 3일] ‘구글’이란 새로운 바벨탑


3. 필진 코멘트

프로기: 분명 사회는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의 모토는 ‘평등'이죠. 비슷한 예로, 과거에 MOOC라는 온라인 대학 강의 공유 서비스를 소개해드린 적도 있었는데요. 저도 우선 인터넷을 통해서 지식이 고루 퍼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또한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편리함에 반드시 따르는 위험한 요소들도 간과할 수 없겠습니다. 인터넷은 이제 책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200권의 책을 스캔당한 작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구글을 통해 책을 읽을 때, 무슨 책을 읽는지 모두 데이터로 남을 텐데 사생활 보호는 가능할까요. 구글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 기원전부터 인류가 탐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결말은 가져올까요?


by 프로기

frooooog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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