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무덤

작가의 눈 제27호. 2020 (20201031. 행인)

by 행인


말 자꾸 삼키지 마라 그러다 속병 든다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다섯 해가 지나는 동안

수백 수천 낱말을 잃고 말았다

낱말 하나 삼키다 목이 메고

단번에 삼키다 가시처럼 박히고

삼켜서 쌓인 낱말들, 가슴에 묻혔다

이 낱말들의 공동묘역에

이렇게 자꾸만 묻고 묻다가

언젠가는 미어터질까 두렵다

무덤을 파헤치지도 말아라

묻어둔 말들, 불기둥처럼 솟구쳐

저 노을처럼 타오를지도 모른다

하루가 지나자 또 낱말 몇 개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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