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랬던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줄 사람이었어
올해 설 명절이었던것 같다. 본가에서 잠을 자다가 죽고싶어 라고 소리지르며 잠에서 깼다.
너무크게 말했다. 누가 들었으면 어쩌지. 내가 정말 죽고 싶은걸까? 잠꼬대로 나온 이유는 평소에 매일 중얼거리던 말이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습관처럼 뱉어온 말이라서 나도 이제 잘 모르겠다.
자살하고싶었던 시절이 길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 울컥 다시 그 감정이 찾아올지 모르겠다는 건 확실하다.
아주 예전에 엄마한테 정신과 상담을 받고싶다고 얘기했었던것 같다.
언제부터 나는 아팠을까? 나는 어릴때부터 친구들의 경멸에 찬 눈빛이 익숙했던것 같다. 나를 이상하게
보는 부모님한테도 딱히 의지하지 못했는데. .
엄마는 정신과 관련한 기록이 남는건 좋지 않다며 거절했었던 게 기억이 난다.
타지에서 자취하며 일한지 어느덧6년차.
일하다가 어느순간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가서 상담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상담 예약했고
동료 몇명에게 얘기했는데 적극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안내해주고 도와주며, 필요해보였다고 했다.
정신상담을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나는 없다. 주변에 상담 받으러 다니는 친구들이 있고, 그냥 이야기를 털어놓고 약이 필요하면 약을 준다고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내일이 기대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고통과 감정에 둔감한 편이다.
내가 힘들고 서운하다는걸 스스로 깨닫지 못해서
남에게 얘기하거나 글로 쓰면서 아, 나 힘들었구나 하고 나도모르게 눈물이 나오고는 한다. 상담하며 부모님에 대해 서운한 점을 말하는데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아니 나 그렇게 서운했나. . ?
사실. . 나는
어찌저찌 남들 보기에 부러워보이기도 하도록 일상을 잘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상담사에게 당신은 여기 올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는 핀잔을 들을까 가장 걱정했다. 가서 무슨말을 할지도 잘 모르겠고. 하지만 가니 줄줄 말하게 되었다.
상담사는 솔직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말을 천천히 생각하고 하는게 왜그러는지 궁금하다고. 걸음걸이도 우울해보인다고.
부모님이 걱정할법 하다고.
친한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그래 보이는건 사실이지만 말을 안한거라고 한다.
상담하면서 알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었던것 같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려고 하고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넌 이상하다. 표정이 왜 그러냐. 무슨일있냐 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
상담을 끝내고 나오는데 오랜만에 허기졌다. 기분이 좋았다.
떡볶이냄새, 튀김냄새, 국밥냄새.
같이 먹을 친구가 있었다면 하는생각에 근처 친구에게 전화해봤지만 받지 않았고
피곤해져서 집에 돌아왔다.
친구가 왜 전화했었냐고 해서 근처에서 상담 받았고 배고팠다고 말했다. 나를 걱정해서인지 내일 밥먹자고 했지만 귀찮았다.
나에게 필요한건 따뜻한 전기담요, 편의점 샌드위치, 그리고 나를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 사람.
땀흘리고 자고 일어나니 개운했고 그 다음날 힘이 넘쳤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