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엄마와 떨어져 앉아 있다

항우울, 항불안, 수면제 복용 및 우울증 극복

by 한공기

최근 믿을만한 직장사람에게 내 약 복용 사실을 털어놓았다. 내가 요즘 밝아보인다고 하셨고, 이미 정신과에 다니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 털어놓고 싶었다.


비밀을 들었으니 자신도 비밀을 이야기해준다고 하며 과거 약 복용 사실과 늙는것에 대한, 낡는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해주셨다. 내가 약을 먹고 괜찮아진것과 달리 그분은 괜찮지 않았고, 괜찮아진 내 이야기를 든고 힘이 된다고 해주셨다.


엄마는 요즘 우울하다는 사실을 언니에게 전해들었는데, 나에겐 어쩐지 털어놓지 않는다. 우울하단 사실 그 자체를 주변인이 해결해줄수 없기에 답답하고 슬프다.

피아노를 배우고 웃는 엄마의 모습. 그림그리고 벽에 걸어놓는 엄마의 모습, 아빠와 여행을 다니고 친구를 만나는 엄마의 모습이 좋다.


사람들은 모두 우울하다. 아닌가. 나는 예민하고 섬세해서 특히 더하다. 나는 하루가 아깝지 않고 잠만자고싶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


내가 우울한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나는 역할기대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교사로서 착해야 하고 야하지 않아야 하며 실수하지 않아야하며, 사생활에서조차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다. 연애조차 조심스럽다.

교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다닌다.


나는 결혼 적령기 30대 초반 여성으로서

부모님의 딸로서 이미 많은 역할기대를 받고있으며

최근에는 여자친구라는 기대에도 부응하고싶지 않아졌다.

또, 결혼, 며느리, 아내, 엄마라는 기대에 부응하고싶지않다는 결론을 몸서리치게 싫은 내 반응으로 내렸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나에게 원하는바가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주고

나는 억지로 이를 충족시키려 노력하지 않겠다고. .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 니코스카잔차키스 묘비명을 다시 되새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나는 젊음이 부럽지 않다. 내 몸을 내가 가누지 못하게 되는 비참함에서 스스로벗어날 안락사의 자유를 원한다.

백발을 날리며, 유행하는 야한 옷을 입을 것이다.

노인정에서도 연애를 할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그분은 나이들어서도 눈이 반짝거릴것이고 낡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노인 미술수업을 하고 싶다.

어떤 한 사람을 위해 커리큘럼을 짜다

보면,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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