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때와 작별
우울증 약을 먹고 생긴 변화는 청소를 자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무기력하고 외롭고 불쌍했는지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아직도.. 가끔 우울할 때 방에 소주병이 굴러다니기도 하지만 설거지를 바로바로 한다는 건 이전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약을 먹고 생긴 힘으로
철수세미를 들어 싱크대를 닦았다. 변기를 닦고 세면대를 닦았다.
얼마 전 변기에 생긴 자국은 칫솔로는 닦이지 않았다. 어쩐지 볼 때마다 우울하고 부끄러웠다. 철수세미를 들어 변기를 박박 닦아낸다.
절대 닦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혐오스러운 내 생활의 잔해들이 닦여나간다.
나 괜찮아지는 거 맞지?
약이 이렇게 좋은 거라면, 내일을 기대하지 않아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게 없으면 나는 예전으로 돌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