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어젯밤 비가 심하게 내린 후 밖 공기가 꽤나 상쾌하고 신선하다. 아주 덥지도 아주 춥지도 않은 그런 날씨. 12층 아파트 안방 창문 안으로 들어오는 잔잔한 바람과 약간의 도시 소음이 썩 나쁘지 않다. 괜히 여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 은은하고 달콤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여유 속에 스멀스멀 일요병이라는 짜증 나는 녀석이 늘 한결같이 찾아온다. 매주 이맘때쯤에. 지금 온 거 같다. 이 녀석은 은근히 시간도 잘 지킨다. 이 녀석 때문에 굳이 돌아오는 한 주를 잠깐 생각해 본다. 내 일요일 베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거 같다.
미국의 일요병과 한국의 일요병은 다른 거 같다. '일요병'의 본질적 개념은 같지만 (내일 출근해야 한다!) 각 사회에서 추구하는 그리고 예전부터 내려오는 문화, 관습, 인식으로 인해 각각 그 개념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듯싶다. 전반적으로 미국 사회에서는 '이성'이라는 것을 통해 세상, 사람, 사물과 교류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존중하며 그런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거 같다. 한국사회에서는 '감성'이라는 것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과 그리고 그 외에 것들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한국에서는 '감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정"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하는 거 같다. 미국 사회에서 "이기심"은 나름 덕, 한국에서의 "이기심"은 심한 악인 거 같다. 이러한 생각은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큰 그림이 '이성'인 미국 사회는 '이성'에 맞는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연 스리 지지 아니 강요한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뭔가를 읽는다. 종이로 된 책을 읽던, 신문을 읽던, 스마트폰에 있는 뉴스를 읽던 그냥 몬가를 읽는다. 굉장히 지루하고 수동적이며 단순한 '이성' 활동이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이 충분히 능동적이고 복잡할 수도 있다는 거 인지한다. 하지만 그런 주관적인 가치 토론은 이 자리에 걸맞지 않다. 여기는 내 머릿속의 있는 생각을 꺼내는 자리이지 토론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또 한 퇴근 후 대부분 미국 사람들은 헬스클럽에 가서 1시간 정도 가량 운동을 한다. 사회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가장 생산적으로 풀기 위한, 또 마음과 몸의 건강을 더불어 지킬 수 있는 활동으로서 운동이 딱 적합하다고 미국 사회는 인지하고 있는 거 같다. 이런 기계적인 '이성' 활동은 미국 사회에서 지지하는, 이미 대부분 미국 사람들이 유전적으로 인지하고 무의식적으로 즐겨하는 미국 대표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나 또한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사주신 10파운드짜리 아령을 통해 그리고 그 후 여러 미국 헬스클럽의 열정적인 참여자들 중 한 명으로서 지금까지 꾸준히 헬스 운동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인정한다. 이 운동 지루하다. 동시에 지루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다는 게 가능한 거 같다. 독서 또한 내가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하려고 하는 활동 중의 하나지만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독서와 헬스가 미국의 보편적인 국민 취미활동이다. 물론 어느 사회집단이나 차이는 있지만, 일요일이든 월요일이든 금요일이든 대부분 미국 사람들은 독서와 헬스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 대부분 매일,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생활패턴이 거의 똑같다. 사람은 웬만해선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 미국 사람들을 보고 더욱더 공감한다. '이성'의 힘인 거 같다. 진정 AI가 되고 싶은 사람들인 게 분명하다.
반면 한국사람들의 삶은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활기차다. 매일매일이 한국 주말 드라마 같다. '감성'의 힘인 거 같다. 지하철에서 책을 보는 대신 옆에 있는 친구와 혹은 연인끼리 대화를 한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옆에 있는 친구와 혹은 연인끼리 서로 따로 책을 본다. 공간만 공유한다. 정말 대단하다. 나도 가끔씩은 하고 있지만 굳이 그런 상황에서 책을 읽어야 되나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생각이다. 내가 본 한국은 따로 금요일, 월요일, 일요일이 없는 거 같다. 일주일 7일 동안 모든 것을 원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사회구조이다. 사회적 제재가 별로 없다. 월요일 그리고 일요일을 금요일처럼 생활할 수 있다. 미국은 월요일, 일요일을 금요일처럼 생활할 수가 없다. 사회적으로 월요일은 월요일처럼, 일요일은 일요일처럼 보내야 한다는 '이성' 적인 강박관념이 깊어서 인 거 같다. 외식은 주말, 데이트도 주말, 9-5 직장 외에 것들은 대부분 주말에 한다. 전반적인 미국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 그리고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의 경계가 상당히 짙다. 전반적인 미국이 그러하다는 주관적인 생각이다.
미국에서 초, 중, 고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 5년 정도를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는 한국에서 주중과 주말의 경계선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월요일, 수요일 밤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퇴근 후 늦은 시간까지 먹으며 마시며 스트레스를 푼다. 미국에서는 헬스를 하며 책을 읽으면서 주중의 스트레스를 푼다. 많이 다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에서의 주말은 더욱더 가치 있게 보내야 할 거 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미국에서의 주중은 더더욱 퇴근 후 친한 동료들과 또는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먹으며 마시며 주중을 즐기고 싶다. 일과 운동만 하는 주중의 미국 문화가 요즘 들어 무척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안정된 큰 틀 안에서 매 순간순간 변화를 추구하는 삶을 원한다. 내 인생을 크게 봤을 땐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면서 매일매일은 대충대충 내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둘 다 필요하다. 미국의 재미없는 '이성'을 추구하는 문화, 한국의 재미있는 '감성'을 추구하는 문화.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에는 나 스스로가 두 가지 삶을 동시에 갈구한다. 재미없는 미국의 삶. 재미있는 한국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