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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gryJohn May 18. 2019

두 번째 생각:  유소유이니깐 행복하고 그래서 인간이다

무언가를 가지면 다른 무언가를 잃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적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계에서는 그렇다. 공짜 물건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원하는 물건을 '득템'한다 해도 결국 줄을 서서 '낭비한' 시간과 물건이랑 바꾼 셈이다. 소유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건 그만큼 댓가가 따른다. 책임감. 다시 말해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으면 책임감도 들지 않다는 말이다. 고로 책임감이 줄어든다라는 말은 그만큼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소유를 지지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주장하는 말이다. 법정스님도 그러했다. 한때 무소유를 지지했던 나지만 지금은 무소유 혹은 유소유의 삶, 딱히 강경하게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나 확실한 건 유소유의 삶은 행복하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이다.


자본주의 최강의 나라 미국의 수도 Washington, D.C. 에서 미국 시민으로 살고 있다. 자본주의 최강의 나라 미국처럼 되고 싶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그 자본주의 최강의 나라 미국을 혐오하는 독일에서 2년 정도 살았다. 그 외에 대략 30개 정도의 나라를 여행했다. 그 후 주관적인 결론을 내렸다. 가진 것이 가지지 않는 것보다 낫다. 가진 것을 소모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 언젠가 소모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귀중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하지 않아서 자유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 그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왜 내 귀에는 모순으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소유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필요에 의해서 소모하는 거 그게 진정 자유로운거 아닐까? 모순적인 말이지만 울타리가 없는 삶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고삐 풀린 말이 행복할지 새장 안에 갇힌 새가 불행할지 우리 인간은 모른다. 자국민의 자유를 지지하는 미국의 법이 엄한 이유도 이래서 이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할 때 과제 페이퍼 마감일 전날 혹은 몇 시간 전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즐겨 읽었다. 모든지 소유를 안 하면 진정 행복할 거 같았다. 지식도, 인간관계도 소유하는 순간 책임감이 따라서 그런 것 같았다. <무소유>를 재해석하면 할수록 더 깊히 심취해 생각에 잠기곤 했다. 스님들은 정말 행복하겠다.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시니깐. 자주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생각도 소유 안 하는 삶, 과연 진정 행복할까? 다시 말해 생각 안 하는 삶, 행복할까? 법정스님이 <무소유>에서 말한 무소유의 삶이란 물질적인 거에만 해당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거 같다. 사람은 무언가를 소유함으로써 거기서부터 오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압박에 시달린다. 가진 것에 대한 책임감. 가진 걸 잃는 것에 대한 불안감. 이런 심리적인 압박, 생각을 통해서 온다. 이런 생각을 안 하려면 이런 생각을 초래하는 대상을 소유 안 하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소유하는 대상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생각'들이 절대적으로 같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고로 법정스님이 말하는 무소유의 삶. 나를 구속하고 책임감을 부여하는 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삶. 그 대상에는 물질적 대상뿐만 아니라 그 물질적 대상으로부터 오는 생각까지 포함한다. 법정스님이 주장하는 무소유의 삶. 생각하지 말라는 삶이다. 너무 극단적인가? 다르게 얘기하면 필요한 것만 소유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필요한 생각만 하라고? 


유소유, 무소유 두 개의 삶을 모두 진정으로 실천한 사람만 어떠한 삶이 더 낫다 더 가치 있다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 같다. 과연 법정스님이 진정한 유소유의 삶을 실천하시고 무소유의 가치를 논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나 역시 무소유, 유소유의 삶을 진정으로 경험하지 않았기에 두 개의 삶을 객관적으로 비교, 가치 평가하기가 힘들다. 무소유의 철학 가치를 기준 삼아 유소유의 삶을 부정하는 건 진정한 자유를 모르고 자유롭다 말하는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좋은 집에서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직장을 가지고, 좋은 사람과 관계하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오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압박, 불안감 그리고 책임감. 이런 심리적인 압박, 불안감 그리고 책임감을 감수하고서라도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게 인간이지 않을까? 그런 심리적인 "불편함"이 싫어 원하는 욕구를 억제하는 게 얼마나 더 가치 있는 삶인지 잘 모르겠다. 더 많은 경험과 내적 통찰을 통한 가치판단이 이루어져야 할거 같다. 나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싶다. 로봇 혹은 신이 할 수 있는 영역 말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진정한 인간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유소유가 좋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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