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름 1

1. 그 해 봄 1

by 지승유 아빠

테라포밍의 개념이 만들어진 것은 1940년대이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입니다. 하지만 최초, 테라포밍에 대한 논의는 호기심이나 탐구정신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것의 실행 여부는 미지의 영역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논의는 금성이나 화성 혹은 유로파 등 후보가 되는 곳에 생물학적 조치를 통한 산소 발생 및 이산화탄소 감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대상이 되는 곳에 생물학적 조치가 지속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이었고, 지구 전체의 생물 발생 과정을 살펴보아도 생물학적 조치만으로 해당되는 곳이 지구와 같은 환경이 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작가들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당시 달 탐사 등 우주에 대한 관심에 따라 단순한 가십거리로 다루어지기만 했습니다. 즉, 개념은 있지만 실제로 활용은 불가능한 블랙홀이나 생명 가능성이 있는 다른 행성에 대한 논의 이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가 오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관련,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보이면서부터였습니다. 그중에서 생물학적 방법과 화학적 방법을 복합적으로 이용한 방식은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현저하게 늦추는 성과를 내기도 했고, 친환경 에너지의 보급과 함께 2000년대 중반이 되면서 상당한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 결과의 축적은 테라포밍이라고 하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방향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구 주변은 지금 버려진 위성이나 쓰레기에 의해 포화상태가 되어 있으며, 우리가 지구와 달 궤도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이루어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즉, 우리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이상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지하에 건설된 달 기지를 통해 정제화된 태양에너지를 보급받고 있으며, 수소발전을 통해 안정된 생활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해도 될 것이지만, 우리가 가진 기술과 전 세계에서의 우리의 위상은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타국의 기술을 이전받아 그것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핵융합 발전과 수소발전에서부터 그랬고, 달 기지 건설에서 우리는 앞장섰습니다. 달 표면으로부터 지하 50미터 시설에 건설된 우리의 전진기지는 우리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화성의 테라포밍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패러 테라포밍입니다. 달 기지 건설에서 우리가 패러 테라포밍의 방법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대기'문제였습니다. 우리가 가진 엄청난 소재들로도 대기가 없는 유성우나 돌발상황에 대한 안전을 완전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달 기지의 경우 기지의 유닛을 지하로 매립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안전한 기지 건설에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유닛의 크기가 매우 한정된다는 단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달 기지의 연구원은 50명 규모이며 아직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필요자원을 지구에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성은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성은 대기가 존재하고, 자기장의 영향을 받고 있는 40%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패러 테라포밍을 통해 안정된 거주지를 확보한 후 생물학적 화학적 방식의 테라포밍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연구진이 상정한 테라포밍의 시간은 약 500년입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시행착오와 화학적 작용의 효과를 가장 낮게 수치화한 기간입니다. 즉 실제 시간은 훨씬 단축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테라포밍의 과정 전반에 인간의 관리가 필요 없는 과정을 상정해보았습니다만, 사실상 인간의 관리 없이 테라포밍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패러 테라포밍 구역은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해보았던 것보다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며 거주자들이 궁극적으로 식수와 식량 등을 자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거주자의 규모는 약 200명으로 잡고 있으며, 이들은 화성 전역의 특히 화성 자기장이 유지되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테라포밍의 과정을 관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테라포밍이 활성화됨에 따라 즉, 물이나 산소발생 등에 따른 결과로 화성 자기장의 변화와 대기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자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가진 자원을 왜 화성에, 그것도 몇 백 년이나 걸리는 테라포밍 따위에 소비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화성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지금 지구의 발전에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알려진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지구와 화성 모두 지속 가능한 행성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국가의 동향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은 곧 화성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칠 것입니다. 조사가 마쳐지고 전진기지가 건설되면 달 기지 건설에서 우리가 합의한 문서에 따라 전진기지 주변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됩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패러 테라포밍 장소가 될 후보지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안정된 곳을 찾기는 힘드니까요. 따라서 화성 기지 건설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달 탐사를 텔레비전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국가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가 선도해야만 합니다.


- 화성 테라포밍 관련 회의 4차 자료 중. 작성자 : 최석현. 2053.03.21.

솔직히 말해서 자네의 의견이 공감하는 것은 아니야. 전문적인 수치나 용어가 빠진 이런 연설문 하나로 그들의 마음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네. 그리고 그들이 경험해 볼 수 없는 미래의 그것도 지금은 2년 거리에 있는 화성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그렇게 순순히 지불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지. 하지만 그들의 허영심도 알고 있네. 미국이나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그 허영심을. 이것 또 다른 냉전이야. 겉으로는 모두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자기 나라 국기를 건 우주선이 화성을 향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도 아마 서로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겠지. 그 천문학적 비용을 모두 허가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리고 정치가들의 허영심만으로 500년 이상의 기다림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 하지만 두고 봐. 우리에게는 계기가 필요할 뿐이야. 지금은 허영심에 싸인 논의뿐이지만 일단 결과물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걸.


그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게. 그럼 나는 자네가 시키는 대로 말해주고 웃어주고, 꼬리를 흔들어주지. 정말 꼬리가 자라난 들 뭐 어떤가? 내 목이라도 내주고 싶은 심정일세. 그게 정확한 관측과 데이터를 들이미는 것보다 좋은 효과가 있다면 말이야. 일단 시작할 수만 있으면 돼. 일단 말이야. 그게 생산성이 없는 시도일지라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일이라도 말이야. 그리고 자료에서 달 기지 건설 때 사고 현황과 희생자 데이터는 제외시켰네. 알고 싶지 않을걸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아내가 달 기지 건설 때보다 안정적인 방식을 찾고 있네. 대부분의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거야. 1차 원정대와 패러 테라포밍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자원, 거기까지만 얻어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자네가 좋아하는 메뉴로 저녁과 축배를 준비하고 있지.


- 개인 메일, 작성자 : 최석현. 205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