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에 성공하는 법
몇 년 전, 미국에서 제일 큰 교회인 휴스턴 레이크우드 처치에 가서 주일예배에 참석해 본 적이 있다.
텍사스 산안토니오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후 시간을 내어 일부러 세시간을 운전해서 휴스턴까지 갔는데 역시 가보기를 잘했던 것 같다. 전에 또 다른 메가처치인 릭워렌 목사의 새들백처치나 빌하이벨즈 목사의 윌로크릭처치도 가 보았지만 매주 평균 5만명이 모인다는 조엘 오스틴 목사의 레이크우드 처치는 규모나 교세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프로농구 휴스턴 로켓츠의 경기장을 매입하여 예배당으로 개조한 교회건물은 새들백이나 윌로크릭처럼 교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휴스턴 시내 한가운데 있었다.
1. 먼저, 10번 고속도로를 벗어나 휴스턴 시내에 들어가자마자 여러 개의 큰 안내판이 교회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2. 안내판을 따라 운전을 해 가니 제복을 입은 전문 주차안내원들이 친절하게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3. 주말이라 사용하지 않는 주위 회사들의 지하주차장을 모조리 활용하여 원활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4. 차를 세우고 세워둔 곳 주위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것은 나중에 예배 후 내 차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5. 마치 야구장에 들어가는 관중들의 행렬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회 쪽으로 걸어갔다.
6. 가는 도중에도 군데군데 교회이름이 적힌 안내판이 있어서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7. 5분 정도 걸어서 교회 문을 들어가니 아주 인상좋게 생긴 50대 백인 아주머니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친절하게 환영해 주었다.
8. 캘리포니아에서 온 여행객인데 가능한 앞자리에 앉고 싶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무전기로 다른 사람을 부른다.
9. 잠시 후 20대 흑인 여성이 한명 와서 나를 인도해 갔는데 본당까지 가는 동안 여기저기 설명도 해주고 어떻게 왔느냐 등 기본적인 질문을 하는데 내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질문하는 기술이 상당히 뛰어났다.
10. 이윽고 본당 입구에 가니 하얀 양복을 입은 60대 백인 신사가 나를 앞에서 5번째 자리로 안내해 주며 여기가 지금으로서는 내게 줄 수 있는 제일 앞 자리라고 했다.
11.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다.
12. 내 왼쪽에는 40대 히스패닉계 여자가 중학생 나이의 아들을 데리고와 앉아있었고 오른 쪽에는 50대 백인 부부가 앉아있었다.
13. 맨 앞줄에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덩치 좋은 바운서(기도) 들이 몇 명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14. 이윽고 엄청난 음질과 음량을 가진 대형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며 찬양시간이 시작되었다.
15. 마치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에 온 것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16. 아니 내가 몰라서 그렇지 그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스펠 가수들이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17. 남자 둘, 여자 셋으로 구성된 찬양팀이 나와서 5곡 정도의 빠르고 느린 찬양곡을 불렀다.
18. 두 번째 곡이 시작될 즈음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는 사람, 눈물을 훔치는 사람, 두 손을 들고 찬양을 따라하는 사람 등 이미 분위기는 먹기 좋게 녹아있는 팥빙수처럼 무르익었다.
19. 그들은 프로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어떤 방법으로 어느 만큼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려줘야 감동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찬양이 아니라 공연이었고 우리는 성도라기 보다는 관객이었다.
20. 이미 찬양으로만 이정도로 관객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냥 아무나 앞에 나와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았다!” 이런 메시지만 선포해도 모조리 “아멘!” 하면서 퍽퍽 쓰러질 분위기였다.
21. 마지막에 바이올린 솔로가 꽤 길게 나오는 곡이 있었는데, 고등학생 나이 정도의 히스패닉계 소녀가 연주하는 바이얼린이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었다.
22. 이윽고 찬양이 끝나며 조엘 오스틴목사의 부인인 빅토리아 오스틴 목사가 나왔다. 환영인사를 하고 광고를 하고 기도시간을 가졌다.
22. 기도 전에 선언을 한가지 하게했다. “이 예배당에 들어올 때의 우리와 예배가 끝나고 성전 문 밖으로 나갈 때 우리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것” 이라고 주술처럼 한마디를 외웠다. 잘 먹혀드는 것 같았다.
23. 기도 할 때 안수기도를 받고 싶은 사람은 맨 앞 열로 나오라고 하니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서 안수기도를 받는 점이 특이했다.
24. 빅토리아 목사가 헌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고등학교 다닐 때 보석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이야기 했다.
25.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 처음엔 손님들한테 보석을 보여주고 사라고 권하는 행동이 어색했지만 자꾸 하니까 대인관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며 헌금도 처음엔 어색하지만 익숙해져야한다고 말했다.
26. 부담이 되지 않게 말하면서도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하는 기술은 이 교회 특징인가 보다.
27. 특별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헌금 바구니가 돌아가고 각자 준비한 헌금봉투를 바구니에 넣는 것은 여느 교회와 차이가 없었다.
28. 이윽고 최신 유행의 진한 감색 양복을 입고 컬러풀한 타이를 맨 조엘 목사가 나와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29. “하나님은 복 주시기를 원하신다. 여러분이 지금은 비록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하나님은 궁극적으로 복 주시는 분이다. 믿어라!” 이런 간단한 메시지였다.
30. 이상한 것은 설교 내내 "예수" 혹은 "그리스도"라는 단어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31. 그런데 이런 간단한 메시지를 전하는데도 성도들은 웃고, 눈물을 흘리고, 울부짖고 감격하는 모습이었다.
32. 설교하던 목사님 본인도 복을 마구 퍼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설교 중에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설교가 잠시 중단되었다.
33. 비디오팀에게 녹화카메라를 울기 전 모습으로 되돌리라고한 다음, 다시 그 부분을 울지않고 설교하는 모습으로 한번 더 되풀이 했다.
34. 그리고는 나중에 비디오로 설교를 보는 사람들은 자기가 울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 거라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이런 썰렁한 농담에도 성도들은 엄청난 소리로 웃어주었다.
35. 설교가 끝나고 축도를 하고 예배는 끝났다.
36. 예배 후에 조엘 목사는 이층 서점 옆에 앉아서 30분 정도 자신을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주고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악수도 해 주었다.
37. 사람들은 조엘 목사를 만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아마 예수님이 설교하러 다니셨을 때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38. 교회 구내서점에 가보니 엄청난 규모의 서가에 조엘목사님 저서가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39. 밖에 나오니 안내요원들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었다.
40. 내가 렌트카를 세워둔 곳을 잘못 찾아 아까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 친절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한다.
41. 가르쳐준 계단으로 내려가니 내 차는 내가 헤메던 공간보다 한 층 아래에 있었다.
42. 바닷바람을 쐬고 싶어져서 차를 남쪽으로 몰아 코퍼스크리스티 쪽으로 내려갔다.
43. 메가처치를 만들고 싶은 목사님들은 이렇게만 하시면 된다. 시스템을 잘 갖추고 하나님은 복 주신다는 메시지만 줄기차게 전하시라. 구원이나 예수님의 보혈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44. 하나님은 신용한도가 없는 만능신용카드시며 써도 써도 끝없이 채워지는 은행구좌 같은 분이라고 축복의 말씀만 전하시면 목사님이 쏘시는 장풍에도 수십명의 성도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질 것이다.
45. 이런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는 성도들에게도 구원은 있겠지?
46. 불쌍한 우리 예수님.
47. 야밤에 샌안토니오 돌아가는 길에 보더 패트롤에게 두번이나 검문을 당했지만 보람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