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내면 남도 해낸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까'에 대해

by 한결

"내가 플라스틱 좀 덜 쓰면 뭐 해? 지구 반대편에서, 아니 옆 사람만 봐도 막 써대는데." 어찌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내가 힘쓸 수 없는 곳에서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환경 오염이 일어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문제 의식은 느끼지만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우리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는 환경 오염을 넘어 어떨 때는 기아 문제일 수도 있고 도덕성이 요구되는 일상 속 수많은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사상 운동가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씁쓸함은 덮어두고 속 편하게 살아야 할까?


군집 속의 나

사람은 다양한 배경에서 나고 자라 다양한 결정을 한다. 하지만 비슷한 선택의 순간에 있어 어떤 결정을 하는지에 따라 대략 그룹 지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걀 껍데기를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아는 경우, 환경을 생각해 조건 없이 실천하는 부류와 어릴 때부터 반사적으로 실천하는 부류, 귀찮아서 음식물에 섞어 버리는 부류 등 수천 부류로 나누었다고 하자. 더 적게 나눌 수도, 많이 나눌 수도 있겠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만약에 내가 지킬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을 때,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한다면? 내 생각에는 이 세상 어디의 누구고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도 한다. 그 정도 결심과 실천을 할 사람이 그만큼 많이 있는 것이다. 안 한다면, 내가 안 할 만한 상태인 것이고 그 부류 사람들도 안 한다.


결정의 순간

나 하나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만 변하는 것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 자신을 통계학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귀찮음을 무릅쓰고 옳다고 믿는 일을 했을 때, 비록 나에게는 뿌듯하고 대단한 일이 맞지만 넓게 보면 비슷한 상황의 수많은 사람 또한 해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냥 다 함께 변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마치 우리의 행동이 정해진 대로 실행된 것뿐인 느낌이 들지만, 회의적인 시선을 잠시 거두고 생각해 보면 오히려 세상을 바꾸기가 정말 쉽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가 할까 말까 하는 그 경계에 서 있는 순간에서 '한다'를 선택하면, 세상은 이미 바뀌어 있다.


느낀 만큼

자랑스럽게 달걀 껍데기를 일반 쓰레기로 버리고 나면 가끔 이런 생각이 이어지기도 한다. '저 사람 그냥 버리네. 저렇게 무신경해서야 원…. 못났다, 못났어.' 스스로 어렵게 해낸 만큼 우월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남들이 안 한다고 해서 원망할 것까지는 없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단면을 완벽히 신경 쓸 수 없고, 나 또한 다른 부분에서는 마찬가지로 부족하게 비춰지고 있다. 따라서 각자 보고, 듣고, 느낀 만큼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얼마나 하고 싶은지 집중하는 것이다. 환경에 대해 설파하는 것도, 그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우리가 힘이 닿는 데까지 하고, 이후에 오는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이렇게 하는 편이 오히려 세상을 더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시각에 따라서는 노력하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남이나 자신을 탓할 수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단지 현 시점의 인간이 그럴 능력이나 동기가 없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덜떨어졌다거나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특정한 기준에 의한 평가이지, 사실 인간은 그 정도이다. 완벽한 존재도 아니고, 아주 지혜로운 존재도 아니며 항상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존재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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