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엄마

by 서한겸

꿈에서 엄마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젊고 생기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아주 밝은 표정으로

카키색과 갈색의 중간쯤 되는 도톰하고 단정한 투피스 치마 정장에 붉은 스카프를 하고서

바쁘고 약간 신나는 모습으로 현관에서 나를 바라보며 구두를 신으며 말했다.


"축협에 다녀올게!"


은행도 아니고 축협? 나는 그래도 같이 가고 싶었다.


"잠깐 기다려!"


그리고 급히 가방을 싸는데 가방 안에 (꿈 안에서 3일 전에 산 것이었던) 무척 튼실한 햄버거가 들어 있었다.

아 이런 거 샀었지 또 안 먹고 까먹었네...

그리고 이런저런 사소한 귀찮은 일들 때문에 시간이 걸려 나는 엄마를 따라 나서지 못하고 꿈이 끝났다.


무슨 꿈인지 이리저리 맞춰 보았다.

어젯밤 무항생제 우유에는 항생제가 없는가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축협신문 기사를 읽었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음식을 남기지를 못하고 다 먹어버리는가 고민도 했었다.

엄마가 그렇게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나에게 먹이는 우유에 대해 고민할 정도로 여유있게 키웠다면

나는 먹을 것에 집착하지 않고 햄버거도 남기는 사람이 되었을까?


대략 이런 의문이 들다가 돌연 나도 외모와 표정을 달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엄마의 그런 옷, 특히 표정. 너무 놀랍고 나의 인생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완전히 다른 내가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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