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짜 힘들어서 죽을뻔했다. 이런 뻔하고 극단적이기만 하면서 아무 정보도 없는 문장은 쓰지 말자.
오늘 진짜 힘들어서 아 이제 죽는 건가(X)
너무 힘들어서 이게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장면이구나(X)
오늘 진짜 죽나 싶게(X)
죽(X)
있었던 일 그대로를 써보자/있었던 일을 그대로 써보자.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의 딱 맞춰 가고 있는데 슬슬 오르막이 시작되더니 약속 시간 3분 전쯤부터는 완전히 가파른 언덕이었다. 3분동안 한 걸음마다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다. 전보다 살이 찐 것도 아닌데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그래도 이정도까지? 하여튼 나는 웬만한 야동에서보다 더 (내용상 어울리지도 않는 드립 금지) 마스크 속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엄청 헉헉거렸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겨우 약속을 지키고 이제 언덕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한기가 쫙 돌았다. 등과 가슴에 옷이 달라붙을 정도로 땀이 났고 머리카락도 젖어 있었다. 내리막에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집에 오는데 진짜 힘들어서 집 근처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옆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에 장터가 열려 있었다. 뽑기, 다트던지기까지 오는 야시장 수준이었고 센과 치히로같은 느낌이었다. 춥고 힘들고 지친 중에도 마음에 생기가 돌며 들떠서 시장 전체를 구경했다. 상점이 30개 정도 됐다. 그 중 돈까스, 탕수육, 육회, 치킨 트럭에는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고심 끝에 나도 탕수육 트럭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았다. 대기 인원 14명에 2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주로 아파트 주민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저것을 사고 있었고 시장을 정말 흥하고 있었다.
참지 못하고 남편을 불러서 기어코 오게 했다. 무척 나오기 싫어하던 남편은 시장을 둘러보더니 ‘이 아파트 새끼들 자기들만 이런 걸 누리고 있었어?’라고까지 화냈다. 정말 요즘은 보기 힘든 분위기의 장터였다.
내 탕수육이 나오길 기다리며 남편을 데리고 미리 정찰해 놓은 가게들을 다시 구경했다. 드디어 탕수육을 받아서 바삐 집으로 왔다. 아직 김이 나는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진지하게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필터가 싹 바뀌며 장터가 꿈이나 환상처럼 느껴졌다. 트루먼 쇼야? 다들 맛있는 척 하고 있는 거야?
나한테 팔기 위해서... 다들 바람잡이야? 탕수육 7천원인데 시급도 안 되지 않아? 많이들 속고 있는 거야? 오늘 사간 사람들 다들 다시는 안 먹을 거야? 아니면 다른 데도 다 맛없고 이게 그나마 먹을만 한가? 아니면 이게 맛있어...? 아니면 내가 입맛이 최고 제일로 높고 까다로워? 하지만 내가 제일 거지일텐데...
어느 쪽도 슬픈 것 같아 그냥 탕수육은 14명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맛있으며 나의 입맛이 이상한 거라고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두 번째 조각을 집으려고 할 때 갑자기 한기가 들면서 피로가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