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노력하는 모습

이명희,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by 서한겸

이명희, 에트르, 2022.


아이가 많이 아픈, 몸과 마음이 극도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마음과 시간을 보낸 것인지 유머마저 느껴진다. 작가의 심리학적 지식과 통찰력도 느껴진다. 깊은 긴장과 힘듦 속의 헛웃음이지만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무섭고 울기도 했고.

우리는 극도의 불행을 요행히 피해가기만을 기도하며 살아가는 걸까. 막상 나에게 그런 일이 닥친다면... 아 몰라 몰라 설마, 이렇게 생각하기조차 피해 가면서.


49쪽.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몇 개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몸으로 겪어내는 시간이 있고, 비로소 머리로 뒤늦게 이해하는 시간이 있으며,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은 또 따로인 것 같았다. 그러니 누군가와 함께한다고 해서 함께하는 게 아니고, 혼자 있다고 해서 혼자인 게 아닌. 오늘의 몸을 살면서 1년 전 일을 이해하고, 10년 전 일을 이제야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129쪽.

거기 있는 대부분이 나보다 어린 여자와 남자, 혹은 그 남녀 중 한 사람의 부모로 추정되는 아줌마와 아저씨였다. 자신들이 대학병원에서 아이 신경과 진료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을 이들의 몹시 노력하는 모습. 그 어색한 말과 행동이 그곳에 있었다.


이 '몹시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표현에 나는 한 대 맞은 듯 울음이 터졌다. 많이 원망하던 나의 부모의 때때로 몹시 노력하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나의 눈에는 쩔쩔매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나를 위해, 어쩔 수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해보려 몹시 노력하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몹시 노력하는 모습... 그렇게 곤란하고 궁지에 몰리는 일. 자신 때문이라 해도 비참할 텐데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새끼 때문에. 바로 내가 그 새끼였던 상황의 나의 부모의 모습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