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를 묻는 사람이 많았다. 여행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니 얻은 게 뭐니 같은 것들. 나는 여행으로부터 무엇을 얻었나. 한 때는 이 질문에 성실히 답하려 꽤나 애썼다. 때로는 부풀리고 적당한 단어를 골라 포장했다. "인도를 여행하며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따위의 답들. 그때의 나는 아마도 나의 여행이 쓸모없이 여겨지는 것이 슬펐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오히려 그 마음이 가엾다.
몇 번의 여행은 도피에 가까웠다. 최대한 낯선 나라로 떠나 들어가기 힘든 곳에 숨었다. 들어가기 힘든 곳은 나오기도 힘들다. 그런 종류의 힘듦은 좋은 핑계가 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되는 구실이 된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곳이 익숙해질 때까지 머무는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익숙해질 때 즈음 떠난다. 나는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더 익숙해지면 영영 떠날 수 없다. 나아가는 일은 많은 이들의 자랑이 되고, 멈춰있는 일은 부끄러움이 된다.
나는 게으른 여행이 좋다. 일부러 더 게을러지고, 더 느려진다. 그렇게 느리게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한다. 목적 없이 걷고, 생각나는 대로 쓰고, 뭐든 읽는다. 느리게 걷고, 느리게 쓰고, 느리게 읽는다. 그렇게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꿈꾼다. 바쁜 여행은 질문을 받지 않지만, 게으른 여행은 언제나 질문을 받는다. 느리고 비생산적인 것은 매번 이유가 있어야 했다. 몇 년 전의 나는 그 이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바빴다. 마치 헤어진 연인과 보낸 시간이 아까워 지난 만남의 의미 같은 것들을 찾아내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