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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요 Jun 01. 2022

10년 만의 경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경주라는 도시는 수학여행 단골 코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린 나에게 왕릉이나 불상 같은 것들은 그저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었다. 그런 탓인지 대구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이지만 10년이 넘도록 다시 찾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22살이 되던 해, '경주'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경주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도시였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경주에선 능을 보지 않고 살 수가 없어요."라는 대사에 매료되어 10년 만에 경주를 다시 찾았다. 언젠가부터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탓이다. 아마 사고 이후 시작되었을 것이다. 죽음이 삶과 멀리 있지 않고, 내가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명료한 문장이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10년 만에 다시 찾은 경주는 마치 처음 가본 도시처럼 느껴졌다. 경주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한 탓이다. 누군가의 무덤가에서 산 사람들은 뛰어놀고, 밥을 먹고, 살아간다. 그런 풍광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신비스러웠다. 그런 분위기는 황리단길과 조금 떨어진 노동리 대릉원 일원에서 극대화된다. 관광객들을 위해 꾸며지지 않았으며, 왕릉 또한 관광지의 랜드마크가 아닌 그 자체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삶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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