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감사합니다.
하나도 감사하지 않으면서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사실 면접에서 내가 거짓말한 건 없었다.
하지만 진심도 없었다.
마음속 있는 그대로라면 그저 ‘안녕히 계세요’ 하고 나오면 그만이었다.
감사하지도 않으면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나는 끝까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두 달 남짓 동안 많은 면접을 본 건 아니었지만
몇 번의 면접 후 내가 깨달은 건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못하는 건 못한다고 말했고 바라는 건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솔직하기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니다. 내가 낙방할 다른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어쨌든 지나치게 솔직했던 것이 낙방하는 데 한몫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하지도 않았다.
다른 면접관이 이미 했던 질문을 단어만 바꿔 되풀이하는 면접관에게 이미 답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처음 듣는 질문인 냥 밝은 얼굴로 맞지도 않는 에피소드를 껴 맞춰 같은 질문에 또 다른 답을 했다.
희망연봉을 묻자 회사 규정이 어떻게 되는지 되물었다. 너무 적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닌 척했고 끝내 진짜 나의 희망연봉은 말하지 않았다.
역경을 극복했던 경험을 묻는 면접관에게 스물여섯인 내가 역경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할 경험은 아직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사실 그런 건 잊어버리는 게 낫다고, 사실 그동안은 그래도 견딜 만 했던 것 같다고, 애써 생각해야만 떠오르는 나름의 역경들은 사실 내가 헤쳐나간 게 아니라 다 도와준 덕분이라고, 앞으로 다가올 역경이나 잘 헤쳐 나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역경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을 역경으로 만들었고 극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을 극복해낸 것처럼 말했다.
면접 내내 나는 거짓말도 못하고 솔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너무 솔직한 것이 너무 가식적인 것보다 낫구나.
내일 또 면접이다.
내일은 그냥 너무 솔직한 편을 택해야지.
떨어진다면 ‘너무 솔직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을 테니까.
혹시나 붙는다면, ‘차라리 솔직했던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