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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이 Sep 06. 2022

라스베이거스에 부는 한국 열풍 1

나는 여기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한국 TV를 본다.

몇 년 전에 부모님이 한국에서 잠깐 와 계시는 동안 한국 케이블을 연결했고 물론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여전히 한국방송을 놓지 못하고 매일 시청 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먹방이 한참 대유행이던 시절 한국 TV 에는 먹을 것들이 넘쳐나고 맛난 것들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 붐을 이루었다. 나는 한국에서 먹었던 아는 맛과 아예 접해본 적도 없는 낯선 음식까지 그 맛이 그리워 매일 밤 언니에게 톡으로

'나 이게 먹고 싶어'

'언니, 이거 먹어봤어? 어때?

'여기가 맛집이래. 한국 가면 데려가 줘'

'언니, 오늘 점심 뭐 먹었어? 이걸 먹었어야지.'

라며 치근덕 대곤 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의 각종 맛난 음식들이 넘쳐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같이 이곳에 사는 거주자들에게는 그리 구미가 당기는 일은 아니다.

우선 그 번잡스러운 스트립이라는 곳을 나가야 하고 , 뭐 그렇게 까지…

교통체증과 사람에 치이는 스트립을 우리는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일 년에 기 꺼 몇 번 정도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대접할 때나 가는 특별한 곳에 무슨 대단한 레스토랑이 생겨도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 런.. 데

라스베이거스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놀라워 우리(한국인 친구들)도 일일이 따라잡을 수도 없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한국 레스토랑이 생겨나고 있고 소위 말하는 차이나 타운을 한국식당들이 점령하는 듯하다. 누구는 우스갯소리로 더 이상  China town 이 아니라 Korea town이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





몇 년 전 명량 핫도그가 라스베이거스에 입성을 했다. 이 사실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면서 첫 오픈 하는 날엔 기다란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한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던 명량이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었고 그 기대는 이미 오픈 전부터 시작되었다. 기대에 부응하 듯 명량 핫도그는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도대체 한국식 핫도그가 뭔지도 모르는 현지인들도 소위 SNS를 통해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한국식 핫도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한국식 팥빙수 가게가 연이어 오픈을 하고 이미 K-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BBQ 치킨까지 들어오면서 한국의 맛이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학창 시절의 허기를 달래주던 길거리 음식인 핫도그를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음식에 빠져드는 현지인을 보는 것은 이질감과 함께 경이롭기까지 하다. 지금도 이 핫도그 가게를 지날 때는 문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미 다른 몇 군데 프랜차이즈까지 냈다고 하니 한국의 핫도그가 라스베이거스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한국 마켓에서 장을 볼 때면 전화기로 열심히 무언가를 찾으며 여기저기를 살피는 현지인을 볼 수 있다. 

예전보다 훨씬 자주.. 많이..

그들은 라면이 가지런히 정렬된 진열대 앞에서 이런저런 라면을 꺼내 유심히 살펴보기도 하고 전화기를 보며 뭔가를 비교하기도 한다. 고추장 앞에서 어떤 고추장을 사야 할지 망설이는 현지인을 보기도 하며, 잡채를 사가는 젊은 애들을 보기도 한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라스베이거스에 제대로 된 한국 마켓이 없었다고 얘기한다면 너무 올드한가?

이런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놀랍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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