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희 Dec 27. 2023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그의 죽음

< 이럴 거면 주지말지 왜 빼앗아가요 > 

연예인이 죽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대학교 2학년 때인가 아주 좋아하던 가수가 죽었다. 그가 죽기 전에 그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길거리에서는 그의 노래가 하루 종일 흘러나오곤 했다. 그런데 그땐 내가 그 가수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노래는 계속 흘러나올 것이니 그의 죽음을 크게 생각진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죽고 나서도 길거리에서는 변함없이 그의 노래가 흘러 다녔고 노래방에서는 똑같이 그의 노래를 선택하여 부르곤 했다.      


이십 년 전인가 호텔에서 투신한 홍콩 배우의 죽음은 만우절이었기에 진짜로 거짓말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스타의 사연에 깊게 공감하지 않아서였는지 그때도 그의 죽음이 놀랍기만 했을 뿐 슬픔의 느낌과는 조금 달랐다.      


십오 년 전인가 최진실이 죽었다는 소식은 꽤 충격이 컸다. 그땐 네이버라는 포털이 있었고 악플이라는 사회악이 대중문화의 한 장르처럼 퍼져나갈 때였다. 옆 집의 누군가가 죽었다고 느껴졌고 내가 잘못한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다가온 죽음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린 필요 이상으로 한 연예인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서로 공유하며 극대화하고 궁극엔 어떤 치정극을 보는 것 마냥 이 드라마의 끝은 죽음이 아닐까 예상하게 된 것이.      


오늘 또 내가 좋아하던 배우가 죽었다. 그가 죽지 말기를 바랐다. 아니 죽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서 설마 죽음 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겠지 하면서 그의 고통을 쓸쓸히 관전한 것은 아닐까. 혹시 대가 없이 사랑을 준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으니 그 정도는 마땅히 그의 몫이라고 여기진 않았나. 


오늘 하루 종일 그의 소식을 듣고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가 했던 역할은 꽤 괜찮은 어른 남자의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아직 세상은 살만한 것일지 모른다고 한때 그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었는데 그런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럴 거면 아예 희망 같은 건 주지도 말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절망으로 희망의 추억들을 송두리째 앗아가나. 


세상에 참 많은 이별이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당하고 마는 연예인의 죽음, 그로 인한 이별은 잠시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일시정지의 버튼만 같다. 어느 한 시절 노래 건 연기 건 그 순간 위로받았던 나만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나마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도 있다고 내일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나에게도 좋은 날은 올 것이라고 믿게 한 그들이었기에 이렇게 속절없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이혼하지 못하는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