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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실력

< 가끔 서먹는 기획 >

by 한희

앞서 언급한 열 가지가 기획 전반에 걸친 일반적 조언이라면 이번엔 좀 더 심화된 방법을 정리하고자 한다. 심화된 방법이라 함은 기본이 아닌 실력자 코스에 해당한다. 혹시 학위 논문을 작성해 본 기획자라면 좀 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논문 하나 써 본 적 없더라도 얼마든지 훈련이 가능하다. 훈련이라고 한 이유는 이 방법이 몸과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별도의 에너지를 가동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실천이 가능한 수준까지 되었으면 하기에 하는 말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하기 어려운 일도 반복하다 보면 쉬워진다. 쉽게 일을 처리하다 보면 남는 에너지로 또 다른 걸 보게 된다.


1. 알려진 이론을 전략에 적용한다.

2. 추상적인 개념을 3차원 공간에 가져온다.


맛집을 찾아가 보면 돈가스, 김밥 같이 흔한 메뉴도 뭔가가 다른 걸 느낄 수 있다. 설렁탕 집이었다면 국물 내는 비법이 있었을 것이고, 떡볶이 집이었다면 자신들만의 소스 제조법이 있었을 것이다. 지인 중에 떡볶이 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자기네 식당의 떡볶이 소스 만드는 법을 알지는 못한다고 한다. 사연을 들어보니 최초로 소스를 만든 친척분이 돌아가셨고 그걸 곁에서 지켜본 분이 대량 상품화에 성공했는데 그 역시 제조범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유명한 맛집이든 훌륭한 기획서든 그것의 완성까지 순서대로 일련의 과정이 있다면 모든 과정을 다 정성을 다해 완벽하도록 하는 것이 맞겠지만 어떤 특정 순서에 조금만 힘을 주고 신경을 써도 그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걸 우린 쉽게 알 수가 있다. 모두가 나름대로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어찌 되었건 자신의 기획에 자기 머리로 공부하고 이해한 것을 쉽게 풀어놓아야 한다. 아무리 남이 한 좋은 안을 가져다가 이리 고치고 저리 만져봐야 그것은 자신의 기획이 아닌 것이다.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네가 가장 기획서를 잘 써."


실력 있는 기획자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 실력 편을 우연히 펼쳐보았는데 복잡한 포물선의 방정식을 아주 간단하게 푸는 공식이 있었다. 일일이 다 계산해서 푸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공식에 대입만 하면 되는 식이었는데(물론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었다. 그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 시간도 줄고 정확도도 높아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때뿐이었다. 시험 치고 난 후 그만 그 공식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체화되지 못한 일시적인 편법은 자기 것이 아니다.


감히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시행착오가 반복되어 굳은살처럼 박혀버린 노하우를 말한다. 먼저 시도해 보았는데 결과가 좋았던 방식을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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