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지친 몸을 튼튼하게
계절마다 사람의 몸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한약도 다릅니다. 자연의 변화를 인정하고, 자연의 변화에 사람이 적응해 간다는 것은 한의학을 배울 때 제일 처음 배우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계절별 맞춤 한약은 계절마다 구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마침 여름이니까 여름 한약을 이야기해 볼까요?
우리나라의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동물의 체온 조절은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위주입니다. 체온을 낮추는 방법은 이미 만들어진 열을 피부를 통해 방출하는 것과 열을 덜 만드는 방법 뿐이죠. 그러다 보니 기온이 올라가게 되면, 체온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다 보면 피부를 통한 열 방출을 늘리고, 열 생산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열 방출을 늘리는 데는 땀을 내서 땀이 열을 흡수해서 증발하도록 합니다. 동시에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체표 순환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다른 말로 하면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평소에 심폐지구력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여름에 유난히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또 땀으로 나가는만큼 수분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갈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고 물을 계속해서 마시게 됩니다.
열 생산을 줄이는 방법으로 일을 안 해야 되겠죠. 소화기능이 가장 먼저 억제 됩니다. 그러면 입맛이 뚝 사라지고 맙니다. 여름에 더위에 지치면 음식을 쳐다 보기도 싫어진다는 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고도 더운 상황이 계속 되면 피로감과 함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됩니다. 근육을 움직이면 생기는 열조차 줄이기 위한 방편이죠.
한약 없이도 하는 여름철 건강 관리
여름에는 당연하지만 덥습니다. 햇빛이 직접 비치는 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2시간 이내에 한 번씩 그늘에서 쉬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휴식 간격은 30분에 10분 쉬는 것인데 그렇게 했더니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식사를 한 직후에는 소화기관이 활발해지면서 몸에 열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식사 직후에 활동을 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시고 식후 약 1시간 정도는 실내 또는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어컨은 사실 참 좋은 기계입니다만, 우리 몸이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고온순화라고 해서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에어컨은 이런 고온순화를 방해해서 더 더위에 취약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급격한 온도 차이는 체표에서 열방출이 너무 빠르게 일어나게 되어서 오히려 추위를 느끼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어서 실외와 실내의 온도 차이가 너무 나지 않도록 냉방 온도는 실외 온도의 5도 이내로 적절히 조절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수분 보충. 특히 과일을 통한 수분 섭취를 추천할 만합니다. 과일 중에서 추천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체리 종류나 오미자 같이 새콤달콤한 맛을 가진 과일들을 권하고 싶습니다. 과일이 좋다고 해도 너무 차갑게 해서 드시는 것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차갑게 해서 먹으면, 안 그래도 더위로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기능적인 배탈로 설사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더위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꼭 계시더라구요.
특히 군대에선 신체활동이 많다 보니 더위로 고생하는 장병들도 많아서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이럴 때는 추가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한약이 필요합니다.
여름 한약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것을 목표로 처방하는 지 알려 드립니다. 이럴 때는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처방 받아야겠구나라고 생각해 두셨다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가급적 일찍 한약 복용을 시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더위를 탄 다음에는 환자 분들이 고생도 고생대로 하지만 원래 컨디션까지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아플 조짐이 보이면 아파서 고생하기 전에 미리 치료한다(未病)'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름 한약 처방의 비법 1. 심폐지구력 강화
여름 한약을 먹는다고 몸이 갑자기 시원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땀이 줄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땀은 체온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인데 땀이 안 나면 큰 일입니다.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관들이 확장 되고 원활한 열 교환을 위해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여름에는 더운 곳에서 조금만 걸어도 쉽게 숨이 차고 지치게 됩니다. 때론 이런 조절 작용이 과하다 보면 어지럽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름 한약의 1차 목표는 심폐지구력 강화입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특히 유산소운동 기능을 향상시켜 준다고 알려진 한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운동선수들의 피로 회복을 위해 많이 처방 되기도 합니다. 이런 목표로 사용하는 한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피로감도 덜 느끼고 운동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연구 보고들도 있습니다.
여름 한약 처방의 비법 2. 식욕 증진
너무 더우면 입맛이 하나도 없습니다. 소화기관이 억제 되기 때문인데요. 열이 덜 생기는 건 당장엔 좋을 지 몰라도 사람이 안 먹고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여름 한약은 입맛을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애피타이저는 식욕을 돋궈 준다고 하죠. 보통 새콤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인데, 마찬가지로 새콤한 맛을 내는 과일들은 식욕을 되살리는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여름용 한약은 새콤한 맛을 가진 과일 종류의 한약재가 사용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약 맛도 시큼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입맛이 없어서 음식 섭취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엔 보조적으로 삼계탕 같은 보양식들이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데 좋습니다. 물론 삼계탕을 먹고 싶어도 입맛이 없는데 먹을 순 없겠죠? 잘 먹기 위한 한약이 필요합니다.
여름 한약 처방의 비법 3. 땀 조절
사실 땀은 열을 방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여름에 땀이 많이 나는 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문제는 피로와 함께 힘 없이 늘어져 있는데 땀이 비오듯이 흐르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수분을 보충하고 땀을 조절해 주기 위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사실 땀을 조절한다기 보다는 기운을 차리게 하는 것입니다. 더우니까 한약 먹어도 땀은 나거든요. 단지 너무 많이 땀을 흘리다 탈진하지 않게 인체의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전 여름철이 되면 텀블러에 한약을 차갑게 준비해서 수시로 마셨습니다.
이 한약은 물에 녹이기만 하면 한약이 되는 엑기스제라고 하는 것인데, 특히 이 처방은 보험 혜택이 적용 되서 저렴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더위를 타면 결국 보험이 되지 않는 한약을 처방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아직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때 예방 목적으로 복용할 때는 합리적인 가격과 효능입니다.
장마가 지나가고, 이제 곧 한여름의 절정을 알리는 8월입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에 특히 유의하시고 부디 한약의 도움 없이도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길 바랍니다. 환자에게 아무리 좋은 약이 준비되어 있어도 더 좋은 건 환자가 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