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을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by 한재

혼란. 난 이 단어를 싫어한다.


싫어하는 감정을 파고들면 그 속에서 의미있는 것을 발견한다. 짜릿하다. 나만의 고유한 문장이 생겼다는 게.


그때 인터넷을 켜면 정리된 문장들이 쏟아진다. 같은 사색을 마쳐 정교하고 세련되게 정렬되어 있는 문장들.


그 앞에서 나는 초라해진다. 허무함만이 남는다. 사라져버린 혼돈에 그리움을 느끼고 만다.


일부러 글을 피한다. 차단한다. 나만의 온전한 감각을 만끽할 수 있도록.


괴로웠던 혼돈조차 사실은 은밀하게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답안지를 봐버린 뒤에는 울적함만 남는다. 내 모든 감정과 사색은 무의미해졌다.


그러다 얼마 안 가 또다시 혼돈에 휩싸이고 결정이 맺히듯 문장을 뱉어낼 것이다.


감정에 의지해서 글을 쓰면 안되지만 정리된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것보다 자극적이고 재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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