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보이지 않는 과정의 기록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쓰지 못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무언가를 꺼내는 일은 늘 조심스러워진다.


그 사이, 나는 공방에 있었다.

작업대 앞에 앉아 종이를 만졌고,

손은 계속 움직였다.

말은 줄었지만

손끝은 멈추지 않았다.


한지 한 장으로 완성한 그 작품과

작업 과정의 시간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손이 종이를 다듬는 시간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떤 작품은

완성되기 전부터

마음속에 그려져 있다.

그러나 완성은

그려진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그래서 나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말하지 않아도 보였던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잘 설명된 결과보다

오래 망설였던 선택들,

쉽게 지나치지 않았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브랜드가 되기 전의 작품들,

팔리지 않던 시절의 손놀림,

그럼에도 계속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담담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연재는

하나의 작품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

작은 수정,

불안한 마음,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


그 과정은

완성된 작품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스토리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함께 걷기 위한 글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함께 걸어도 좋겠다고.

내가 만든 작품을

당신의 시간과 함께 놓아도 좋겠다고

그리고 치유가 되고 여유가 된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 연재는

혼자서 완성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읽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럼,

다시 한번 손을 들고

종이를 펼쳐보려 한다.


완성보다 오래 걸린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자 여러분 저와 함께 동행하실 준비되셨나요?

출발합니다.

한지꽃이 피었습니다 한지인테리어 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