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완성보다 오래 걸린 시간에 대하여

소중한 선택의 시간, 망설임의 의미

한지공예 민화 팔각상 보석함

24년째 작품을 만들어도 나는 늘 여전히 망설인다.
작품은 완성된 후의 시간보다, 망설이던 시간이 훨씬 길게 마음에 남는다.
디자인을 하고 골격을 완성한 뒤에도 나는 오래 멈춘다. 어떤 문양을 입힐지, 어떤 색이 이 작품에 어울릴지. 한지를 꺼내 놓고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생각에 잠긴다.

한지 작품은 유난히 손이 많이 간다. 과정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문양 하나, 색상 하나에도 늘 신중하다.

머릿 속에만 존재했던 구상이 작품으로 완성되었을 때, 작가라면 알 것이다. ‘이제 됐다’라는 말은 결과가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허락했을 때 나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작업대 앞에 앉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자꾸 남았다. 이대로는 내가 만든 것들이 나를 조금씩 비켜 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손은 멈췄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공방은 늘 조용했다. 아이들 일정에 맞춰 문을 닫고, 불을 끄는 일이 하루의 끝이던 날들, 성과보다 생각이 남았고, 결과보다 질문이 많았다.

민화 팔각상 보석함 만들기

그래서 나는 작품 만들기를 미루지 않기로 했다. 잘 팔릴 것 같아서도 아니고,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만들지 않으면 계속 스스로에게 변명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망설임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선택의 다른 얼굴이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것과 오래 남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나는 늘 시간이 더 걸리는 쪽을 택해 왔다. 그 선택이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잃게 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도 그렇게 천천히 만들어졌다. 눈에 띄지 않게, 소리를 내지 않고, 그 시절의 나와 같은 속도로 완성된다.

완성의 순간은 담담했다. 기대도, 환호도 없었다. 다만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었다. 내 작품은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도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잠시 멈춘다. 그 망설임이 사라지는 날, 아마 나는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할 것이다.
완성보다 오래 걸린 시간은 나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내가 만든 시간을 완성한다.

오늘의 문장
망설임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오래 가게 만들었을 뿐이다.

모란도 민화 팔각상 보석함

다음 화에서는 "아무도 묻지 않던 시절의 작품들—팔리지 않아도 놓치 못했던 것들"로 찾아올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