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아도 놓지 못한 이유
공방에는 조용히 놓여 있는 작품들이 있다.
24년 동안 만들었던 것들 중
유난히 오래 머물러 있는 것들.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들었지만 내 마음에도,
누군가의 시선에도 온전히 닿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작품들이다.
이상하게도 손이 많이 간 작품일수록
사람들의 선택에서는 자주 비켜났다.
눈에 띄는 것, 빨리 완성되는 것,
설명하기 쉬운 것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 늘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색이 무거운가? 문양이 취향과 다른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이 작품들은 팔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들을 만들 때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저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설명하지 않아도 좋았던 마음,
조용히 몰두하던 시간,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했던 날들.
그 시간이 이 작품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래서 쉽게 내보낼 수 없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보내야 하나
고민한 날도 있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다.
이 작품들은 물건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의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오래 남은 작품일수록
내 마음에서는 더 또렷해졌다.
사람들은 묻지 않았지만
나는 자꾸 바라보게 되는 것들이다.
그 앞에 서면 ‘잘 만들었다’가 아니라
'잘 버텼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러분도 그런 것이 있나요?
아무도 찾지 않지만 이상하게 끝내 놓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팔리지 않는 시간이 이 작품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을 견디며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잘 팔린 작품이 아니라,
아무도 묻지 않던 작품들이었다.
오늘의 문장
사람들이 찾지 않아도, 나는 끝내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3화에서는 쉽게 만들지 않기로 한 날들 —
오래 남는 작업을 선택한 이유로 찾아뵐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