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과 책임이 만날 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렌다.
하지만 그 말 뒤에는
우리가 쉽게 말하지 않는 문장이
하나 더 따라붙는다.
“그래도 책임은 져야 한다.”
나는 24년 동안 한지를 만지며 살아왔다.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겹치고, 말리고,
탈색하며 작품을 만들고 보내는 시간 속에서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몰랐다.
누군가는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해서 좋겠어요.”
맞다. 분명 나는 좋아서 시작했다.
돈보다 먼저 설렘이 있었고,
계획보다 먼저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언제나 책임이라는 이름을 만난다.
수업 일정이 생기고, 기다리는 사람이 생기고,
지켜야 할 날짜와 매달 나가야 할 비용이 생긴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일은
취미가 아니라 약속이 된다.
나는 그 지점에서 여러 번 흔들렸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날들이 있었다.
늦잠을 자고 싶던 날에도
공방 문을 열어야 했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도
수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은
내 감정에 따라 멈춰주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마음보다책임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책임은 거창하지 않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약속한 시간을 지키는 것
지친 날에도 작업대를 정리하는 것
수익과 지출을 기록하며 현실을 직시하는 것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태도.
그 반복이 나를 버티게 했다.
한때 나는 설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설렘은 파도처럼 오고 갔다.
대신 책임은 매일 같은 자리에 있었다.
책임을 다하는 하루가 쌓이자
좋아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던 어느 날,
몸도 마음도 지쳐 모든 걸 멈추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를 일으킨 것은 거창한 꿈이 아니라
오늘 나를 기다리는 단 한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일은 나를 설레게 했고,
책임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곳으로 향한다.
오래가는 삶이다.
좋아하는 일만 붙들면 흔들리고,
책임만 붙들면 지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묻는다.
오늘 나는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가?
책임지는 태도로 마무리했는가?
그 질문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좋아하는 일과 책임 사이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좋아하는 일을 지켜내는 사람은
결국 책임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일을 24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한 하루다.
오늘의 문장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설렘보다 먼저 책임을 선택하라.
그 책임이 쌓여당신의 좋아함을
끝내 삶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다음 6화는 “작품이 브랜드를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