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생업이 되기까지의 장면들
처음부터 생업은 아니었다.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아이를 재우고
집 안이 조용해진 밤,
식탁 한쪽에 한지를 펼쳐 두던 시간.
누가 보지 않아도 괜찮았고,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시간만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잘하고 싶다기보다
조금 숨 쉬고 싶었던 사람에 가까웠다.
한지 색을 고르고, 붙이고,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그 느린 과정이
나를 하루에서 건져 올렸다.
누군가 묻곤 했다.
“그걸로 돈이 돼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잠시 멈췄다.
돈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이상하게도
계속하게 된다.
계속하다 보니 손이 익숙해졌고,
익숙해지다 보니 누군가의 요청이 생겼다.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판매는 안 하세요?”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 손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벽 한쪽이 젖어 있던 적도 있었고,
하루 수익이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던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았다.
돈보다 먼저
내가 붙들고 있던 것은
‘좋아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취미가 생업이 되는 순간은
아주 거창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통장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간판이 번듯해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조용히 방향을 바꾸었을 뿐이다.
좋아하는 마음 위에
책임이 하나 얹어졌다.
회원들이 생기고,
수업이 이어지고,
작품이 누군가의 집으로 향했다.
나는 더 단단해져야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서
지켜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거창한 계획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다.
유행을 계산한 것도 아니고,
성공을 설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오늘도 놓지 않았을 뿐이다.
혹시 당신에게도
그런 일이 있는가?
돈이 되지 않아도
자꾸 손이 가는 일.
아무도 몰라줘도
이상하게 계속하게 되는 일.
취미가 생업이 된 것은
능력이 커져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은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같은 손으로
한지를 붙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손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문장
좋아하는 일을 오래 붙들면,
그 일은 결국 나를 버티게 한다.
다음 5화는 좋아하는 일과 책임 사이에서 로 찾아뵐게요
오늘도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