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1.2
아빠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는 계속 4기가 아닌 말기라고 했다.
그 말기라는 말이 너무 싫어서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4기랑 말기는 다른 거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말기라고 말한 엄마도, 말기가 아니라고 우겼던 나도
사실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겠다.
4기든 말기든,
그냥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혹은 진단서에 써져 있는 단어로 인식했다는 것을
여하튼 아빠는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희망적인 소식은 간에만 전이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수술 가능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생각보다 대장암의 크기가 크고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으며, 간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개복을 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으며 더욱 악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항암치료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한다고 해서 좋아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안 하면 서서히 암세포는 몸 안에서 퍼질 거라고 했다.
어쩌라는 건지…
의사는 그냥 사실만을 전달했다.
결정을 하는 것은 온전히 암환자 본인 아니면 가족의 몫이었다.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우리는 삶과 죽음, 그리그 그 양과 질에 관한 저울질을 해야 했다.
지금도 생각난다.
부산에 있던 우리 가족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와
1.5룸 정도 되는 작은 내 자취방 바닥에 앉아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고민을 나누던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