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화가 많은 사람
나는 분노로 가득찬 사람이다.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세상이 새노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분노로 얼룩진 내 시야를 씻어버리려고 눈을 부비고 세면대에서 세수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얼룩져있다. 내가 바라보던 세상은 이게 아닌데, 외쳐대도 소용없다. 그런 날은 세면대를 붙잡고 하염없이 운다.
초록동색이라고 내 남자친구도 화가 많은 사람이다.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나이도 마흔이지만, 대학생으로 보일 수 있을 만큼 귀여운 우리 형. 자기는 왜 화가 많냐고 물어보니, 고등학교 자퇴하고 독학으로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 쌓인 분노가 아직도 안 풀렸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 남자친구에게 나 말고 다른 남자 찾아보라고 말했다. 나는 통증 때문에 발기부전 문제가 있어서 정상적인 성생활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서울 땅에는 허리 잘 놀리고, 꼬추 빨딱 서는 게이는 쌔고 쌔지 않냐고 물었다. 사지 멀쩡한 남자친구는 당연히 건강한 사람을 원할 것 같았다.
남자친구는 분노와 통증으로 절어진 나를 택했다. 남자친구랑 여러 자세를 시도하면서, 둘 다 발기를 유지하면서, 나도 아프지 않고, 남친도 만족할 수 있는 자세를 연구했다. 섹스보다는 과학실험에 가까운 몸부림이었다.
남자친구에게 아프기 전 내 모습이 그립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뻣뻣하고 아픈 내 모습만 봐와서 아프지 않은 모습이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리워하려면 추억이 있어야 하는데, 300일 만난 우리 형이랑은 추억이 많지 않다. 기묘하다. 나를 사랑하려면 추억이 없어야 한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