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우리시대의 아빠들을 열광케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자연 속에 들어가 안빈낙도의 삶을 누리는 유토피아를 보다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나는 자연인이다>이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호응을 받았던 것은 아마, 우리 아버지들의 어깨에 놓인 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아내와 자녀들, 꿈과 현실의 괴리. 본인이 짊어진 짐이 무거워 언제라도 훌쩍 벗어날 수 없다는 마음. 그렇기에 자연인이 되기를 동경하는 마음.
사실, 아빠에게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다면, 나에겐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처음 그 영화를 봤을 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임용고시에 떨어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하루하루 밥을 지어먹으며 산다. 언제까지 있겠다는 다짐이 없이 내려왔지만, 주인공은 본인의 고향살이에 끝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으로 받은 휴가에서 나의 리틀 포레스트를 만났다. 서핑과 요가, 명상이 있는 곳. 그리고 나의 사랑 바다. 바다를 곁에 둔 곳 말이다. 강릉. 정치에 환멸을 느낄 때면 나는 항상 그곳을 떠올렸다. 언제라도 훌쩍 떠나겠다는 마음은, 내가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게 되었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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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간 강릉. 강릉살이는 내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나는 내내 발 없는 새 같았다. 무작정 노는 것은 불안했고, 내가 모든 것을 이뤘던 지역을 벗어났음은 홀가분하기 보단 불안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 곳에는 내가 뿌리내릴 수 없음을 직감했던 것 같다. 정거장에 잠시 머물러있는 사람. 시간이 길면 길어질 수록 초조해지기만 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알았다. 리틀포레스트는, 머무는 이에게만 천국인 곳이구나. 존재하는 이에게 리틀포레스트가 주는 안락함은 존재하지 않는 거구나 하고.
그때 나는, 매사에 회피형이던 나를 오롯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회피해서, 도망쳐서 온 것의 결과가 그리 좋지 않음을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리틀포레스트를 무작정 동경하는 나의 마음을 편히 내려둘 수 있었다. 그래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칠 수도 있었으리라, 위안을 삼아보면서 말이다.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직장인이 있는가? 자연인이 되고 싶은가?
다 좋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를 것 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