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칸 생각
우리는 식당에 간다.
모임이 있고,
축하할 일이 있고,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둥글게 둘러앉는다.
음식은 자리를 빛내는 배경처럼 놓인다.
우리는 웃고 이야기하며
접시 위의 요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저
“맛있다.”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는 듯이.
어느 날,
숟가락을 들다가 생각이 멈췄다.
이 재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상추는 어느 들판에서 자랐고,
고추는 어느 밭에서 햇볕을 견뎠을까.
소금은 어느 바다에서 말라왔고,
고기는 누가 길렀을까.
이 모든 것은
어떤 길을 지나
이 주방에 도착했을까.
도로와 새벽 시장을 거쳐
손질되고 다듬어지고
불 위에서 시간을 통과했을 것이다.
그 긴 여정 끝에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접시는 더 이상 ‘그냥 음식’이 아니었다.
사람의 손과
계절과 바람,
흙과 바다가 쌓여 만든 결과였다.
차려진 테이블은 오케스트라 같다.
요리사는 지휘자,
재료들은 악기다.
마늘은 향을 올리고
콩은 깊이를 더하며
고추는 긴장을 만들고
허브는 가볍게 스친다.
혼자서는 미완이지만
함께일 때 하나의 곡이 된다.
맛은 멜로디,
향은 화음,
식감은 리듬이다.
우리는 그 연주의 청중이다.
이제는 음식을 먹을 때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본다.
누가 이 균형을 맞추었을까.
어떤 실패 끝에 지금의 간이 완성되었을까.
그 질문을 품는 순간
“맛있다”는 말은 깊어진다.
식사는 더 이상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노동과
자연의 시간,
사람의 감각이
한순간에 만나는 자리다.
잘 차려진 한 상, 완성된 한 접시.
그러나 그 뒤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주해 온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숟가락을 들기 전
잠시 생각한다.
이 한 입은
얼마나 많은 손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식탁은 조금 더 경건해지고
“맛있다”는 말은
조금 더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