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레벨테스트가 있다면 2

오늘은 내가 과락이다

by 한끗작가


오늘은 아이가 영어 레벨테스트를 보는 날이다.

쓰기 과락이 있는 학원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쓰기 문제에 단 두 줄만 쓰고 나왔다고 했다.


“1학년이 되어서 좋은 점 3가지 쓰기였는데,

하나밖에 생각이 안 났어.

어려워서… 그냥 안 썼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속에서 무언가 올라왔다.

‘두 줄이면 과락인데?’

‘대체 왜 안 썼어?’

말이 화로 변하기까지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교실도 커졌잖아. 친구도 많아졌고.

할 말 많잖아, 왜 못 써?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두 줄 더 써!”


학원 문 앞에서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아이는 미동도 없었다.

요지부동.

“생각이 안 나. 그거 쓰기 싫어” 말만 반복했다.


어느 순간, 나도 멈췄다.


이게 뭐라고, 내가 왜 이러고 있지?


아이는 귀찮아서 안 쓴 게 아니라,

정말 생각이 안 났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왜,

고작 학원시험에 떨어질까 봐

그 불안을 아이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었을까.


부족한 걸 인정하고 채워줘야 할 엄마가

그저 일개 학원 기준에 맞추려 애를 다그치고 있었다.


이럴 거면 나는

미디어에서 비웃던 그들과 뭐가 다른가.

아이를 위한 척, 실은 나의 불안을 덜기 위해

아이를 흔들고 있었다.


오늘 시험은 아이가 본 것이지만,

나는 엄마 레벨테스트에서 완패했다.


결국 아이에게 사과했다.

“엄마가 속상했던 건

네가 몰라서 안 쓴 게 아니라,

쓸 수 있었는데 안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근데 정말 생각이 안 났던 거라면,

그건 연습하면 되는 거야.

우리가 같이 해보자.

오늘 너무 고생했고, 정말 자랑스러워.”


그렇게 말하고 아이를 꼭 안아줬다.


오늘은 내가 과락이다.


작가의 이전글생각을 바꿔도 화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