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 생태계의 보고 순천만 습지와 순천 인문 여행

순천 여행

by 김차중


물길 끝에서 만난 생명의 풍경, 순천만 습지


새해의 첫 여행지로 전남 순천의 순천만 습지를 찾았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둥글게 감싸안은 항아리 모양의 순천만에는 오랜 시간 바다와 강이 빚어낸 갯벌 생태계의 보고가 드넓게 펼쳐있다. 순천 시내를 흐르는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습지가 시작된다. 남해로 가는 3km의 물길 따라 갈대숲이 너울지고 강물은 갯벌을 스치며 고요히 바다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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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이 속한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은 유럽의 와덴해(Wedden Sea), 미국의 동부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브라질 아마존강 하구와 함께 세계 5대 연안 습지이다. 2006년에는 람사르 습지에도 등록되으며, 보성-순천만 갯벌은 신안, 고창, 서천의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순천만의 갈대군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잘 보전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갈대군락은 홍수를 조절하고 자연 정화 기능으로 적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속에는 농게, 조개류, 갯지렁이처럼 바닥에 몸을 붙이고 살아가는 수많은 저서동물이 생명을 이어간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활동이 순천만을 건강한 습지로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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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순천만의 풍경도 달라진다. 여름이면 개개비가 갈대 줄기에 둥지를 틀고, 가을이 깊어질수록 흑두루미가 무리를 지어 날아든다. 겨울이 오면 습지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한다. 흑두루미와 기러기, 오리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날아오르고 내려앉는다. 시야가 넓어 안전하고 풍부한 먹잇감은 봄이 오기까지 겨울새들의 안식처가 된다. 사람 덩치만 한 독수리가 조용히 몸을 낮춘 채 먹이를 먹는모습도 관찰된다.

동천 너머 갈대숲 탐방로로 이어지는 다리는 ‘무진교’라 불린다. 순천만의 갈대밭은 김승옥 선생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순천만이라고 명시되진 않았지만 비평가들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순천만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을의 모습이 이곳의 풍경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진교에 올라섰다. 오리들은 물고기를 잡고 꼬리를 흔들어대고 마을을 지나 흘러 내려온 동천이 고요히 바다로 흘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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