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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lsson May 09. 2019

[Review] 맥락을 팔아라

모든 브랜딩에는 맥락이 중요하다.

맥락(Context)를 고려한 브랜딩이라는 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What'이 아니라 'Why, How'에 초점을 맞춘다고 보면 되겠다. 책에서도 인용했듯 츠타야 서점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의 저서 <지적자본론> 에 따르면 지금은 '3rd Stage', 즉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는 시대라고 칭할 수 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상품을 팔란 말인가? 책에서는 제안 능력이 열쇠라고 말한다. 즉,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Needs를 창조하고 ('발견'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능력이다.


콘텐츠와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 모음집이다. 경영학과 4년간 수강했던 이런 저런 과목들이 스쳐지나가면서, 반복 학습이 되는 기분이라고 할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이론들이 이제는 조금씩 감이 잡힌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활용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 아니, 정정하자면 크리에이티브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스타트는 브랜딩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끊어야 한다.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떤 히스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소비자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그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이제 질문은 명확해졌지만 막막한 것은 역시나 구체적인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정답을 제공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시각이니까.



말 안 듣는 소비자들, 미디언스


소비자, 미디어, 확산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후반부터는 더욱 집중해서 필기해가며 읽었다. '미디언스(Mediance)'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는 오디언스들이 단순히 정보의 수용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콘텐츠를 전파하는 미디어가 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창조자가 되기도 한다. Z세대라고 불리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이 소비의 주체로 올라오는 세상에서 이제는 기본이 된 사실이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 바이럴 마케팅 역시도 단순히 오디언스들이 버즈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집착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마케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전파되는 것은 바이럴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진심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기꺼이 지인들에게 전파할 만큼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지 수천, 수만 회의 공유가 되더라도 본질을 잃어버리고 왜곡되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 마케팅의 주안점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콘텐츠가 분명하면 미디어는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다


이니스프리는 자신들의 확실한 주제 아래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을 펼친다. '그린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자연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제주를 보호하고 경험할 수 있는 <제주하우스>나 트래블북을 제작한다. 그린카페와 같은 푸드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천연비누 만들기 같은 체험도 할 수 있게 한다. 아무리 확장해도 자신들이 외치는 메인 주제와 어긋나지 않으니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처럼 어떤 특정 플랫폼이 압도적인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권력이 산재되어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미디어에 돈을 쓸 것인지가 아니다. TV광고에 50%, 디지털 광고에 50%를 배분하는 단편적인 미디어 플래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중요한 건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의 가치를 확실하게 담아내는, 그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 말이다.


데이터는 여전히 답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런 마케팅 인사이트의 실상에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불변의 사실이다.


아마존과 츠타야 서점에 대한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아마존이 소비자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략을 짜고 최적의 큐레이션을 한다는 정도야 모르는 이가 없다. 놀라운 건 츠타야 서점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대항자이자 오프라인 브랜드들의 새로운 롤모델이 된 츠타야 서점 역시 고객들의 데이터(성별, 연령대와 같은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부터 구체적인 구매의 궤적까지)를 모두 수집하고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고객들의 취향을 알아낸다.


결국 중요한 건 번뜩이는 직관보다도 탄탄한 팩트(Fact)로 무장하는 것이다. 사실 직관도 팩트, 데이터가 쌓일 때에야 기능한다. AI의 무서운 발전이 인간의 직관을 따라잡을 시대가 곧 도래할지 모른다지만, 사람이 지닌 데이터 분석력과 통찰력은 아직까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CJ ENM은 브랜드 저널리즘의 좋은 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브랜드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확산되지 못한 개념이지만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우선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이 채널로서 기능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된 것들이어야 한다. 그것이 상품이 되었건 브랜드 히스토리가 되었건 콘텐츠화할만한 재원이 필요한 것이다. CJ ENM은 일단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전 분야에 걸쳐 영향력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재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이다. ENM은 물론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TVing이라는 자사의 스트리밍 플랫폼도 있지만 사실 TVing의 영향력은? 글쎄. 잘 모르겠다. 많은 이들은 네이버에서 클립 영상을 찾아보거나, 옥수수처럼 타 방송사의 콘텐츠까지 함께 아우르는 OTT를 이용한다. tvN, OCN을 비롯한 채널들은 매우 강력하지만 이를 CJ ENM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매력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도 작용하고 있는지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꼭 브랜드 저널리즘의 측면에서는 아니겠지만, ENM내에서도 이런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지 매체와 관련된 직군의 직무 역량을 묻는 자기소개서 문항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미디어'에 대해서 묻고 있다. (물론 나는 그다지 매력적인 대답을 제시하지 못했는지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꼭 미래를 주도하게 될 미디어를 찾아야 할까? CJ ENM은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기업인 만큼 '우리는 이런 재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에게 이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어요'라는 방향으로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향은 어떨까. 사실 CJ발 콘텐츠에 대해서는 신뢰감도 있지만, '설탕공장 감성'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뭉뚱그려지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반대로 'CJ라서 가능한 감성'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던가, 뭔가 이런 방법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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