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책은 내 인생에서 뗄 수 없는 존재들 중 하나다. 책을 읽는 것도 사는 것도 좋아하는 나를 보고 간혹 '나도 그렇게 책을 좋아하고 싶다'고 농담 섞어 말하는 지인들이 있다. 자신들도 책을 좋아하고 싶고 자주 읽고 싶지만 쉽지 않다고 하면서 말이다. 들어 보면 그들이 책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다. 하나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미가 없어 결국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집어든 책이 재미가 없더라도 왠지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때문에, 혹은 '나는 책 한권도 집중력 있게 못 읽는구나' 싶은 자책감에 꾸역꾸역 책을 붙잡고 있다가 책읽기를 영영 포기하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출판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양질의 도서가 독자들에게 적절히 '알려지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기만 하면 독서 습관 형성을 돕는 콘텐츠는 생각보다 많다. 나만 해도 북튜버, 북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신간 소식을 접한다. 하지만 책을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대 추천 도서 100> 같은 목록만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이도 저도 모르겠을 때는 그냥 베스트셀러를 들여다보게 마련이다. 좋은 책, 내게 맞는 책을 고르는 기준을 학생 때 수립하지 못하고 그저 '똑똑한 사람이 되려면 책을 읽어야 해' 같은 말로 부담만 쌓아왔던 것이다. 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것이 되면, 책은 당연히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글자들의 모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다.
책이 많이 읽히고 팔리는 것을 떠나 좋은 책이 적합한 독자에게 바르게 읽히는 책문화가 구축되려면 교육이 필요하고, 또한 소통이 필요하다. <출판저널>에서 분석했듯 5G를 활용한 새로운 독서 매체를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만, 책이라는 콘텐츠에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지원에 앞서, 독자들과 '잠재 독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업계 내에서 우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일이다. 물론 이 작업은 탄탄한 출판 철학이 뒷받침될 때에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내가 경험했던 독서 교육만 해도 '책을 읽읍시다' 류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책은 절대로 디지털 매체들처럼 즉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디지털 디바이스 생산 기술이며, 디지털 콘텐츠의 양과 소비량 모두 엄청나다. 어쩌면 콘텍스트를 받아들이는 시각 자체가 영상에 최적화되어 있는 이런 상황에서 흥미 위주의 책과 좋은 품질의 책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며 양서만을 권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 역시 재고해봐야 할 문제다. 책읽기 자체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하면 잘못된 길이고, 근본적이지 못한 해결책이 될까? 어쩌면 대중을 상대로 독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여러 주체들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 해결책이 독서 매체의 변화가 되었든, 독서를 권하는 '독서 캠페인'의 근본적인 변화가 되었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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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출판저널> 통권 515호 (2020년 신년호)
- 발행처 : 책문화네트워크(주)
- 쪽수 : 224쪽
- 정가 : 24,000원
- ISSN : 1227-1802
- 판형 : 182*257
- 발행일 : 2020.01.22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6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