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무는 들녘 밤과 낮 그 사이에 하늘은 하늘 따라 펼쳐 널리고~" 고등학교 1학년쯤 <그 사이>를 처음 들었습니다. 길보드 테이프가 아쉬워 고2 때 양희은의 정식 음반으로 들은 <그 사이>는 맑고 단아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 직전 도시락 먹고 학교 옥상에 가면 노을과 어스름이 어우러져 은은한 바다가 보입니다. 고운 풍경에 아주 오랜 노래를 마음에 담으면 교실 가는 길이 더 따뜻했습니다.
20대 초 인터넷에 입문할 즈음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노래>와 <바람새>를 만났습니다. <아직도~>는 김민기와 밥 딜런의 노래, <바람새>는 7080 포크를 폭넓게 담은 사이트입니다. 그곳에서 <그 사이>의 원작자가 김민기이며 제가 알던 것과 노랫말이 조금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밤과 낮 그 사이에'와 '밤과 낮 그 사이로'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역사의 큰 줄기를 가로지른 두 어른의 목소리는 어느 쪽으로든 싱그러운 풍경 하나 아른아른 그려내는 듯했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로 <그 사이> 검색하다 뜻밖의 기쁨을 얻었습니다. 박학기의 <그 사이>는 <아름다운 세상> 닮아 명쾌하면서도 연륜이 묻어나듯 따스합니다. 수행평가 채점하거나 파워포인트 만들 때 노트북에 이어폰 꽂고 <그 사이>를 듣습니다. 기차 타고 부산 내려갈 때 차창 너머로 보던 어스름, <그 사이>의 아름다움은 '호롱불 밝히어둔 오두막'처럼 돌아갈 곳 있을 때 더 반짝인다는 깨달음도 고이 새깁니다.
같은 노래를 세 사람이 불렀지만 저마다 다른 빛깔과 향기를 지닙니다. 바쁜 5월, 다정한 노래들에 잠시 쉬어 갑니다.
* 각양각색(各樣各色) : 각각 모양도 색깔도 다르다는 말로, 서로 매우 다르다는 뜻입니다.
* 양희은의 <그 사이> (1972)
* 김민기의 <그 사이> (1993)
* 박학기의 <그 사이> (2021)
8년 전 겨울에 부산 왔다가 잠시 모교에 들렀습니다. 10대 후반 어느 순간을 닮은 어스름 풍경! (2014.1.26)